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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비둘기 신세

by 답설재 2014. 4. 3.

 

 

 

한때 비둘기를 애용(愛用)한 정치인도 있었습니다. 서울역 광장 같은 곳에 운집한 사람들 앞에서 가두어 놓은 비둘기들을 풀어주면 수많은 비둘기가 마치 '평화'나 '자유'를 찾아가는 것처럼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고, ‘평화라는 단어가 저절로 가슴을 적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는지, 운동 경기를 할 때 그런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지상의 전철역 같은 곳에서 모이를 찾는 비둘기들을 보면 참 평화롭고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이것들과 이렇게 다정한 사이로 살아가고 있구나……'  ‘온세상에, 이와 같은 평화가 깃들어야 할 텐데……  그때는 그 비둘기들이 먹이를 찾아 오가는 길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발걸음을 조심했고, 어쩌다가 하필이면 그 비둘기 무리가 화르르날아오르는 그 자리를 지나게 되면 괜히 미안하고 쑥스러워져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저 비둘기들을 많이 가두어 두었다가 한꺼번에 날려 보내는 짓거리를 하는 사람은 없어졌습니다. 그런 짓을 하다가는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철역 같은 곳에서 비둘기를 보면 우선 떠오르는 단어가 해조(害鳥)’라는 것입니다. 2009년엔가, 비둘기는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새, '유해(有害)한 야생 동물'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뭐라더라? 아무거나 주어먹고, 아무데나 똥을 싸놓고, 그 똥은 산성(酸性)이 강해 문화재 등 건물을 부식시키고, 더구나 사람에게 폐질환 등의 병균을 옮기고, 깃털이 날리고, 먼지를 일으켜 불쾌감을 주고 ……

 

그렇게 되니까 그 시를 상징하는 새(市鳥)를 비둘기로 해놓았다가 '비둘기파'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슬며시 다른 새로 바꾸는 일도 있었습니다. 평화의 새 비둘기, 우리의 친구였던 새 비둘기…… 그러나 지금은 지저분한 새 비둘기, 먹이 주지 않기 캠페인의 대상이 된 비둘기, 퇴치 대상이 되어버린 비둘기, 거지처럼 술꾼이 토해놓은 것이나 주어 먹어야 하는 신세가 된 비둘기……  이렇게 중얼거릴 것 같은 비둘기, “…… 영욕의 세월이여……

 

인터넷에 들어가 봤더니, 참말인지 몰라도 영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고, 프랑스에서는 먹이를 주면 벌금을 매기기도 한답니다. 이처럼 쫄쫄 굶겨서 번식을 방해할 수도 있고, 비둘기 알을 찾아내어 '와장창!' 깨어버리거나 '까짓것들' 총 같은 것으로 '확!' 사살(射殺)해 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은, 지금 나는 자신을 저 '비둘기 신세'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용도 폐기가 된 신세가 아닐까? 아무거나 주어먹고, 아무데나 똥을 싸놓고, 그 똥은 산성(酸性)이 강해 문화재 등 건물을 부식시키고, 더구나 사람에게 폐질환 등의 병균을 옮기고, 깃털이 날리고, 먼지를 일으켜 불쾌감을 주고 ……'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그렇지 않다고, 체면상 그러겠지만, 솔직하게 털어놓고 말해도 좋다면 "사실은 그렇다!"고 하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서로 좀 봐주며 살았으면 싶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 뭐, 굳이 설명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당신처럼 그 모양으로 살지 않고 나이가 들어도 깔끔하게 살아가고 깔끔하게 이승을 떠나버릴 것이라고 장담하고 단언하지만, "정말 그 사람은 그랬지"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동안 몇 명이나 있었습니까?

 

우리는 그렇게 살면서 비둘기 보고 마치 흉물인 것처럼, 중세의 그 마녀 혹은 드라큘라나 되는 것처럼 구는 건 정말이지 비둘기파에서 보면 꼴불견이 아닐까 싶기도 한 것입니다.

 

 

 

 

아무리 제 개인 블로그지만, 찾아와서 읽어보니까 말도 되지 않는다고 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그만두겠습니다.

다만, 인터넷의 자료로 봐서는, 영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사람들은 저 비둘기들에게 아주 잘난 체하는 것 같아서 한 마디만 하고 마치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어느 대학 강의실에서 '세계지리' 과목을 공부할 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떤 나라 사람들은 그 땅에 처음 상륙했을 때, 자신들이 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원주민들을 '사냥'하듯 죽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누가 쏜 총에 맞은 원주민이 가장 높이 뛰어올라 쓰러지는가……

알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 그 교수가 지어낸 이야기인지, 아니면 그 교수도 어디서 들은 허무맹랑한 비방인지……

 

그렇지만 따지고보면 지금 세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는 좋은 사람인데 저놈은 정말로 나쁘다!"고 하지만, 정작 "그놈"은 또 나에게 뭐라고 할지, 그리고 나라 사이에는 그렇지 않은지 모르지 않습니까?

제 잘못은 덮어두고 남의 잘못만 쳐다보면, 그 '남'이란 존재는 언제나 '비둘기 신세'가 되는 것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저는 지금 비둘기 신세입니다. 비둘기 신세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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