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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세한도(歲寒圖)' 같은 그림

by 답설재 2013. 12. 11.

또 퇴임의 계절입니다. 아는 체하고 싶겠지만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斷言)합니다. 퇴임한 사람의 심경과 처지 말입니다. 낼모레 퇴임을 앞둔 사람도 아직은 모르고, 아직 그런 걱정을 심각하게(본격적으로) 하지 않아도 괜찮은, 즉 지금 현직에 있어 하는 일이 있는 사람은 ―그 일을 잘 하고 있든, 그렇지 않고 대충대충 놀기 삼아 하고 있든― 더구나 그렇습니다.

 

퇴임 이후에 더 멋진 일을 해서 그렇지 않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래봤자 별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이고 주장이라면 주장입니다. "그렇지 않다!" "그런 생각 말라!"고 한마디 거들고 싶다면 퇴임한 사람이 아니면 좀 참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어디선가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적어준 전화번호가 몇몇 해를 두고 온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이 분명해서 이 전화번호를 바꾸기 전까지는 "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투자가치가 높은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다" "세금 걱정 없이 투자 가능한 오피스텔을 분양한다"는 홍보 전화, 문자 메시지만 온다는 걸, 남의 일 같지 않게 마음으로 이해하고 실감할 수 있겠다면 좀 거들겠다고 나서도 좋을 것입니다.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그런 전화나 온다는 걸 경험해 봤다면 할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그 어떤 위로와 권유에도 얼른 미련을 버리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저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라는 것만 눈여겨보기로 하면 될 것입니다. 혹 까닭 없이 내게 다가와 소득 없을 것이 분명한데도 반가워하거든 '호들갑은……' 그러면 되는 것입니다.

 

 

 

'세한도(歲寒圖)'에 대해 연구해 본 적은 없습니다.

무엇에든 하도 전문가가 많은 세상이라 겁이 나지만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세한도 같구나!' 했습니다.

 

대학 동기생이 처음 그린 그림이라며 빈 조각배가 쓸쓸히 비켜 떠 있는 그림을 주어서 저 벽에 걸어두고 있는데, 이 '세한도 같은 그림'도 바라보면 위로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여기 이렇게 옮겨두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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