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토르소에 대한 설명을 전시회 도록에서 발췌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15세기부터는 소실된 머리와 가슴, 팔, 다리의 주인공에 관한 수많은 가설이 쏟아져 나왔다.
- "헤라클레스라고 일컬어지는 형상"이다(15세기, 치리아코 단코나).
- 1700년대에는 주인공이 앉아 있는 짐승 가죽을 사자의 것으로 여긴 빈켈만도 이와 비슷하게 해석하여 사자에게 승리를 거둔 헤라클레스라고 주장했다.
- 최근의 한 연구(Winsche, 1998)는 트로이 전쟁의 그리스 영웅 아이아스 텔라모니오스 거인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신화에 따르면 아이아스는 아킬레스의 유물을 놓고 율리시스와 벌인 경기에서 지고 말았으며, 눈이 멀 정도로 화가 난 아이아스는 양 떼를 적군으로 착각하여 다 죽여 버리고는 이러한 자신의 행위를 부끄러워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 작품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오른손으로 머리를 괴고 바위에 앉아 자살을 생각하는 순간을 표현한 것이다.
- 작품의 제작 연대에 대해서는 기원전 1세기 후반에 청동 원본을 본떠서 만든 대리석 조각이라는 가설이 그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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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 힘 있는 근육과 울툭불툭 뒤틀린 가슴은 미켈란젤로에 의해 시스티나 경당의 벽화로 옮겨졌으며, 그 벽화에 등장하는 벌거벗은 이들은 토르소 조각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 토르소는 1500년대와 1600년대 내내 바티칸 조각 정원에 그대로 남아 있었기에 소묘, 조각, 구성, 석고상, 청동상 등을 통하여 예술가들의 찬사를 받았고, 1800년대에 와서도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모델이 되었다.
- 세월 속에서 불구가 되었으나, 전쟁과 전투를 벌이던 한 영웅의 꿈틀거리는 힘찬 육체와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 홀로 멈추어 명상하고 있는 육체가 이루어내는 대조는 오늘날에도 감동을 준다.
☆
이 토르소를 보면 오래전 어느 외국 영화가 떠오른다.
여성을 성의 도구로만 보는 괴한(?)이 아주 아름다운 한 여성을 납치해서 저렇게 몸을 잘라놓고 함께 지내는 얘기였다.
그 장면이 잊히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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