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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2013년 새해 인사

by 답설재 2013. 1. 1.

          花  蛇

 

 

鹿香 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

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날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鹿香 芳草ㅅ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石油 먹은 듯…… 石油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 부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난 색시, 고양이 같이 고운

입술……스며라, 배암!

 

 

                     『徐廷柱詩選』(民音社 세계시인선 ⑫, 1974), 20~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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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복쟁이님

…………

 

 

 

                초라한 이곳을 변함없이 찾아주시는 분

분주한 세상에서 걸핏하면 길어지는 글을 읽어주시는 분

지성의 표상이 분명한데도 이곳을 찾아주시는 아무래도 이상한 분

한시도 이 나라를 잊지 않으시는 분, 가령 캐나다 로키산맥 아래, 인도네시아, 일본

종교라면 머리를 내젓는 이 경박하고 어쭙잖은 생명을 위해 몇 년을 두고 기도해주시는 분

이분이 바로 이 시대의 교육자, 교육행정가구나 싶은 분

사회교육기관에서 오히려 열정적인 교육을 하고 계신 분

사회사업을 하시는 분,

곧 노벨과학상을 탄생시키실 분

독도 이야기만 하면 비분강개하시는 분

"선생님"이 될 대학생, 이미 "선생님!"인 분

수십 년을 두고 마음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동료

어느 날 혜성처럼 솟아오르면 좋을 화가, 일러스트, 작가, 시인, 출판사 사장님 

아름다운 '어머니'

무조건 하루에 한 번씩 다녀가서 나를 미안하게 하시는 분

눈물겨운 내 제자들

혹 도움이 될까 싶어 찾아오는 맛집 전문 블로거, 정치 지망생, 사업가

700가지 아픔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작별하고 만 어느 행복 컨설턴트가 생각날 만큼 여러 가지로 아픈 나를 찾아와 확인하시는 분

심지어 오프라인으로도 다가와 틀림없이! 확실하게! 구원 받아서 행복을 찾게 해주겠다고 장담하는 분

…………

아! 언제나 이름없이 왔다가 가시는 분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운수 좋은 날이 많기를 기원합니다.

건강은 참 좋은 것이고(좀 아파 봐야 그걸 알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도 그걸 알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운수 좋은 것도 말릴 수 없을 만큼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해에 새로 찾아오실 분도 있겠지만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분에게도 그렇게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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