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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10대 안의 악마'?

by 답설재 2012. 1. 6.

 

 

피해 학생은 자살 직전까지도 강요에 의해 새벽까지 게임을 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대구 중학생 자살을 부른 학교폭력이란 괴물의 배후에는 '게임 중독'이 도사리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들과 인터넷 게임을 함께하다가 해킹을 당해 게임 아이템과 레벨을 잃어버렸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괴롭힘이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 "학교와 교육당국이 학생들을 게임에 중독되도록 방치함으로써 학교폭력이라는 괴물을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일보, 2011.12.28. 「'10代안의 악마' 게임·학교가 키웠다」에서.

 

 

신문만 펴면 학교폭력 기사와 대책 등에 관한 글들이 보입니다.

 

大法 "가해학생·부모·학교운영자 모두 책임"    학교·사회적 차원의 대처 시스템 필요 : 신고 즉시 가해학생 격리·보복 땐 가중처벌… '안심 비상벨' 만들자
 - 학교·경찰 핫라인 구축해 벨 울리면 즉각 출동케 해야
 - 신고자 따로 불러 조사 말고 학급 설문조사 하는 식으로 피해 학생 누군지 모르게 해야
'왕따에 눈물' 30만 학생 이렇게 괴롭힘당했다
 - 폭력… 욕설… 금품갈취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져
 - 당하는 모습 휴대폰에 찍혀 심리적 극한 상태 겪기도
가해학생 형사처벌·학교 법적 책임… 美·스웨덴처럼 '왕따 방지법' 만들자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왕따… 공갈·협박범에 준하는 처벌해야
왕따 피해자에 "전학 가라" 대책도 없는 학교 '비겁했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10代
"물고문하자… 감방 안 간다" 자살 중학생 가해자들 문자
 - 자살 후에도 계속 문자, 사태 심각성 인식 못해
"폭력 가해학생·학부모 동반교육" 교과부, 특별교육 의무화
솜방망이 처벌이 악순환 부른다 : 피해 학생이 전학가는 이상한 현실… 가해 학생 격리시켜야
'가해 학생들 당신 아이처럼 평범했다'
부모에게도 책임 물어야
 - 자녀 잘못 인정하지 않고 되레 피해자에 큰소리치기도
 - 학교 소환해 함께 교육하고 소환 불응땐 고발도 고려해야
학교폭력은 성인이 돼도 기록으로 남겨야

 

 

더 살펴볼 필요도 없습니다. 많이 살펴본다고 더 좋을 일도 아닐 것입니다.

신문은 '먹잇감'이 떨어져야 다른 기사를 싣는 것이 그 생리라고 해야 하겠지만, 뒤집어보면 지금까지는 모두들 뭘 하고 있었는지,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세상이 그냥 '낙원'인줄 알고 지냈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사실은 그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이제 기사꺼리가 없네' 하고 다른 기사를 쓰듯 그만둘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하며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꼭 이루어야 할 일을 이루지 못한 후진국에 머물고 있으니까요.

 

누군가에게 다시 묻고 싶습니다. "정말로 여기가 낙원인 줄 알았습니까!"

 

 

스스로 대답을 할 필요도 없이, 다른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정녕 우리의 이 아이들이 '악마'입니까?

어른들은 착한데 아이들은 '악마'입니까?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우리 집 아이는 정상인데, 다른 집 아이들은 '악마'입니까?

 

앞으로 그 아이들을 두 눈을 부릅뜨고 더 자세히 살펴보고, 더 엄격하게 다루고, 만약 유사한 일을 벌이면 일벌백계로 다스리면 좋은 세상, 좋은 학교가 되겠습니까? 분명히 그렇게 믿습니까?

얼마만큼 엄격해야 합니까? 어른들보다 더? 어른들은 법이나 윤리가 엄격해서 지금 잘 하고 있습니까? 더 엄격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입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왜 이 법석입니까?

 

 

그래야 하겠지요. 엄격해야 하겠지요.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아이들을 다루는 관점>이 있다면 그 관점대로 꾸중하고 벌을 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이전에 어른들부터 꾸중을 듣고,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육을 담당하다가 돌아온 입장에서 요즘 신문기사들을 보면 잘못한 측은 학교뿐인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학교가 주로 잘못 가르쳤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먼저 어른들부터 꾸중을 듣고 벌을 받은 다음에 학교를 바라보고 아이들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교측에는 잘못이 적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있습니다. 잘못이 큽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학교만 바라보고 아이들과 선생님들만 바라보면 절대로 이런 현상이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점을 가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누구에게 어떤 꾸중을 듣고 어떤 벌을 받아야 하는지 그건 제가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사항이 아니므로 다른 이야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다음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른의 1/10이라도 잘못이 있다면, 그리고 학교에는 크나큰 책임이 있으므로, 학교를 더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말할 기회도 별로 없이, 설명할 기회도 없이 조용히 듣고, 외우고, ①②③④⑤ 중에서 고르고, 장황하게 여러 가지 말을 늘어놓지 말고 그저 ○× 혹은 "예, 아니오"로 대답해야 하는, 그것으로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우리의 이 잘난 교육을 당장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게임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당히 생각해볼 만한 과제구나 싶은 공부, 공부가 바로 심각한 생활 그 자체구나 싶은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자면 '좀 지나면 이 상황도 가라앉겠지' 생각하는 사람들부터 정신을 차려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이 일을 맡지 못하겠습니다. 자신이 없습니다." 교육행정가 중에는 이런 사람도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말대로 해야 한다!"며 핏대를 세우는 사람들만 나올 것이 아니라 "나는 능력이 부족해서 도저히 못하겠다"는 사람도 나와야 정상입니다.

 

가정도 사회도 새로 시작하는 정신과 자세가 필요하고 정말로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자식은 모름지기 공주와 왕자처럼 키워야 한다는 게 정설이 되었습니다. 방송도 신문도 그렇게 떠들어댑니다. 우리 사회는 가령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한 애비는 남자의 자격, 아니 어쩌면 인간의 자격도 없게 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그렇게 따듯한 사랑 속에 자라는 아이들이 왜 이렇게 악랄한 심성을 드러냅니까? 아직도 사랑이 부족합니까? 저 인간의 자격도 없는 애비들이 함께 놀아주지를 않은 세대가 너무 많아서 이렇게 되었습니까? 아니면, 우리 아이는 사랑만으로 키워서 괜찮은데 남의 아이가 그렇습니까?

이 사회의 어른이란 어른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닙니까? "내 아이는 괜찮은데 남의 아이들이 그렇다."

혹 지금 정상으로 보이는 이 아이들(공주와 왕자로 자라난 이 아이들)도 해달라는 것 해주지 않으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 이렇게 하지 말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합시다. 기본계획부터 새로 세웁시다." 그런 움직임이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하고 싶은 말은 끝도 없을 것입니다. 

그걸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우리 교육은 아이들에게는 재미가 없습니다." 재미없는 공부도 필요하다느니, 그 따위 쓸데없는 소리 좀 제발 그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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