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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어느 혁신학교 선생님의 고민

by 답설재 2011. 12. 30.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많은 선생님들이 갖고 있는 생각에 대해 제가 느낀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공교육이 변해야 한다는데 대한 당위성은 충분히 인정한다.

2. 내 힘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정책(입시 중심 교육)을 인정하는 것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3. 우리는 학생 개개인을 고려하여 모든 학생에게 배움이 일어나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다.

4. 그렇지만 한 교실에서 동시에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너무나도 어려운 학생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다.

5. 교사는 매시간 수업을 할 때마다 수업목표를 가져야 하고, 그것을 아이들의 활동과 토론에 맡겨 놓을 수는 없으며,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6.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식 교육은 필수적이다.

7. 대부분의 교사는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고, 나 역시도 참교사이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교사들은 대체로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은 혁신학교에 관한 내용입니다.

 

첫째, 혁신학교를 운영하는 선생님들은 학교가 혁신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런저런 경로로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학교혁신의 당위성을 스스로 실천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둘째,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교사의 첫 번째 일은 가르치는 것이며, 여전히 그 필수 임무로 교과서에 제시된 내용을 학생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한마디로 교과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교과서를 벗어나는 일에 자신 없다.

 

셋째,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를 고민하다 보면 당연히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인데, 학교의 역할을 교과를 가르치는 일과 교장이 주도하는 혹은 몇몇 담당자가 진행하는 행사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결국 학교교육과정 운영이 교사의 참여와 토론을 통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넷째, 혁신학교 운영 담당자가 훌륭하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선생님들이 동의했다 하더라도 교사들이 기존의 주입식 교육 프레임을 벗어나기 어려워한다. 왜냐하면 어른인 교사가 보았을 때는 아이들의 활동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한 일이 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교사들이 학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그들의 사고와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고, 그 흐름 속에서 학생들에게 힘을 주고, 더러는 방향을 수정하기도 하고, 격려와 목표 제시를 통해 도약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우리 교사들은 여전히 내가 가르칠 것에만 주목을 하고 있다.

 

여섯째, 학생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의 부족뿐만 아니라 배움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배움을 이해하고 구조화할 수 있다면 학생의 배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교사는 더 큰 만족과 보람을 느껴야 하는데, 실제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의 공통적인 감정은 불안이고 불만족이다. 교사가 주도하여 일시에 알려줘버려야 속이 시원한 지금까지의 프레임을 벗어나는 것이 참 어렵구나 하는 것을 늘 느끼고 있다.

 

저 역시 아직도 제 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한 교육자입니다.

 

미안하지만, 제가 다시 교사가 되어 저들과 함께하는 방법이 없겠습니까? 분명히 말하지만, 다시 교장이 되겠다는 건 아닙니다. 말하자면 '멘토링 담당 교사' 정도면 좋겠습니다. 대학으로 치면 '연구교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면, 교사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교사 정도가 되겠군요. 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변화하는 걸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있지 않는 사람은 변화를 주도할 수 없다는 게 제 견해이고 경험입니다. 그러므로 좀 과격하게 이야기해도 좋다면, 현장에 있지 않는 사람은 변화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시 안 되는 일이겠지요? 어쩔 수 없지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이미 양성 차별이나 종교 차별 금지와 같은 개념으로 연령 차별도 없어졌다는데 우리는 아직 후진국이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되겠지요?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고민은 무슨 고민, 방학이니까 좀 쉬면서 받으라는 연수나 좀 받고 지내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고 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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