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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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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이 할 일과 교육이 할 일

by 답설재 2012. 1. 2.

조선일보 2012년 1월 1일자 부록 「조선경제」 B1면에 [2012년을 묻는다] "세계의 인재와 돈 끌어 모을 한국 기업 곧 나온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백강녕 기자 young100@chosun.com)

‘세계의 인재와 돈을 끌어 모을 한국 기업’, 어쨌든 눈에 띄는 기사였습니다. 이렇게 시작됩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롱테일의 경제학'과 '공짜 경제학(Free)'을 쓴 크리스 앤더슨(미국 IT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은 21세기 최고의 기업으로 미국 검색업체 '구글'과 한국 온라인 게임 업체 '넥슨'을 꼽았다. 그는 넥슨을 "무료(Free)로 상품(게임)을 나눠주고 충성 고객 일부가 자발적으로 돈을 지불하도록 만드는 21세기형 '프리미엄'(Freemium·Free+Premium) 사업 모델을 세계 최초로 만든 기업"이라 말했다.

넥슨은 2011년 매출 1조2600억원에 영업이익 5500억원(잠정집계치)을 거둔 초우량기업이다.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이 64%에 달한다. 이런 넥슨이 지난 12월 14일 일본 증시에 상장했다. 회사 시가총액은 약 8조원. 창업자인 김정주 대표의 지분평가액은 약 3조원이다.

 

 

 

그 김정주 대표를 ‘어렵게’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그가 한 말 중 인상 깊은 부분을 두 곳만 인용합니다.

 

"PC는 노인들이나 쓰는 물건이라 생각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들고 사는 어린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곧 넥슨을 무너뜨릴 회사를 만들 것이다. 싸워 이길 방법은 있다. 회사에 가서 직원 3000명의 PC를 다 빼앗아 버리고 스마트폰, 태블릿만 쓰게 하면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살아남으려면 가진 것을 다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의 답변 일부)

 

"우리 게임 때문에 문제가 자주 생겨 나도 가슴이 아프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를 오히려 묻고 싶다."(청소년 게임 중독이 사회 문제라고 했을 때의 답변)

 

 

 

기사의 끝에 김정주 대표에 대한 소개가 더 나와 있습니다.

 

☞ 김정주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인 김정주 NXC 대표는 이 시대 가장 성공한 프로그래머 가운데 한 명으로 불린다. 1990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당시 김정주 대표의 룸메이트가 이해진 NHN 창업자다.

KAIST 재학 시절부터 게임을 만들기 시작해 1994년엔 넥슨을 창업하고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내놓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동시에 움직이는 화면을 보면서 게임을 한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못했던 시기다.

이후 넥슨이 내놓은 '메이플스토리'·'비앤비'·'던전앤파이터' 등 온라인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김 대표는 스스로 창업해 당대에 돈을 가장 많이 번 인물이 됐다.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로서는 가슴아픈 이야기들입니다.

 

1. 인물평

'이런 인물이 교육계에 투신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요? '이런 인물이 교육계에 투신하면 학원을 내거나 참고서를 많이 팔거나 인터넷 강의 같은 걸로 초·중·고등학생들로부터 돈을 긁어모아 떼돈을 벌고, 그 떼돈을 자신의 이름을 빛낼 수 있는 어느 곳에다 수십, 수백 억씩 갖다 바치겠지. 사회에 환원한다는 미명으로.' '어디, 그 돈, 초·중·고등학교에 갖다 주는 진짜 훌륭한 사업가는 없나?'

 

2. PC란 무엇인가?

"PC는 노인들이나 쓰는 물건이라 생각하고……"

사실이지 않습니까? 데스크탑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은 컴퓨터로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이거나 노인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블로그는 농산품이나 공산품, '맛집'을 선전하는 매체로 자리 잡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있었습니다. 그래서 착한 블로그가 대부분이지만 이미 대단한 위력을 가진 블로커도 많습니다. 더구나 전철에는 스마트폰, 태블릿을 들고 있는 젊은이들뿐입니다.

그런데도 이 블로그를 들여다보고 앉아 있는 자신이 좀 서글퍼집니다.

 

3. 교육이 할 일

아이들의 비행(非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중의 한 가지가 게임이라는 데는 이견(異見)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너희가 저질러 놓은 일이니까 너희가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따져 하나하나 책임 소재를 밝혀 나간다면, 교육이 할 일은 없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돈은 ○○이 벌고, 우리는 청소만 하란 말이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 어려운 교육을 왜 맡았습니까?

게임 때문에, 또 무엇 때문에 교육이 어렵습니까? 제대로만 한다면,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힘이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게임의 무지막지한 흡인력만큼 우리 교육도 드디어 그 위력을 발휘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누가 묻는다면, 저는 그 답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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