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각 일간지 1면을 검은색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는 '언어의 마술사'로도 불릴 만큼 멋진, 새겨 읽을 만한 말도 많이 남겼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가 젊었던 시절의 저 사진들과 최근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무엇이 그를 저렇게 바꾸어 놓았는가.'('무엇이 나를 오늘의 나로 바꾸어 놓았는가?')
그는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Death is very likely the single best invention of Life)"이라는 말도 남겼다는 걸 읽고, 여러 신문들이 이 말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들 곁에 있던 훌륭한 사람, 착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 흔히 신(神)은 그토록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데려간 것이라는 표현을 합니다.
정말 그렇다면 좀 골탕을 먹이고 싶은 '놈'은 특별히 오래오래 살아 남아서 갖가지 모진 고난을 겪게 하는 경우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제격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이건 내가 신을 한번 비꼬고 싶어서 해 본 말입니다. '신'은 인간 따위를 골탕 먹이는 그런 존재가 아니겠지요. 그러니까 사람들은 수명이 다소 길거나 짧거나 간에 모두 죽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그 '신'을 믿거나 아니거나……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그래도 나는 지금 하는 이 일을 계속할까. 그 답이 '아니오'임을 알았을 때 나는 무언가를 바꿔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그가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말이랍니다.
혁신을 위한 그 생각이 오늘의 그가 있게 한 원동력이었겠지만, 그리고 그 말과 연관된 뜻을 가진 말이 분명함에도 나는 죽음에 관한 저 말이 '죽음'이라는 현상만의 의미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
충만한 삶을 영위한 자만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죽음'. 불쌍하게도 모두 가는 그 길임에도 그걸 피해 보려고 길가의 벌레처럼 바둥거리기 십상인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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