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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노인방치 VS 자녀와 놀기

by 답설재 2010. 8. 31.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꼬마야 꼬마야 손을 짚어라

…………

 

오랫만에 봤습니다. 초등학교 중학년쯤인 남녀 아이들 대여섯 명이 노래를 부르며 긴줄넘기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모여 노는 걸 본 적이 별로 없어 그 모습이 신기하고 정겹기까지 했습니다.

 

요즘은 저녁이나 주말에 아버지가 자녀를 데리고 노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아빠들은 "꼬마야 꼬마야"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주로 베드민턴이나 야구, 축구 같은 걸 합니다. 말하자면 매우 실용적이어서 흡사 체육 과외를 하는 것 같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눈치를 좀 보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지만 TV CF에서는 예쁜 여성이 "요즘은 남자들도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한대요." 합니다.

신문에는 연일 아이들과 놀아줄 줄 아는 아빠에 대한 기사가 실립니다.

그런데도 주부 중에는 낮에 혼자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주부가 제일 많은데 비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남성이 제일 많다는 통계가 발표되어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빠와 많이 놀면서 자라는 아이가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혹은 전자기기를 움켜쥐고 게임이나 하고 노는 아이보다 일반적으로 사회성이 더 좋을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아빠와 많이 노는 아이보다는 동네의 또래아이들과 "꼬마야 꼬마야"를 하며 노는 아이가 일반적으로 사회성이 더 좋아질 것도 뻔한 이야기입니다. 정말입니다. 이걸 가지고 나와 오늘 점심 사기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나는 자신 있습니다.

 

 

 

 

2010.8.9. 어느 신문 부록판

 

 

 

이상한 현상은 눈에 더 잘 보이는 걸까요?

어쨌든 세상은 자꾸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좋은 내용인데도 내 눈에는 똑바로 보이지 않는 기사도 있습니다. "아빠와 많이 놀며 크는 아이, 사회성도 쑥쑥 크지요" 같은 기사입니다. 놀지도 않고 학원이나 다니는 아이보다는 낫겠지요. 그렇지만 "꼬마야 꼬마야" 같은 걸 하면 그 사회성이라는 게 더욱 쑥쑥 클 텐데 말입니다.

그렇게 공들여봤자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 희한하고 기막힌 일들이 우리나라라고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일본의 사례에 가까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교육인지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문화일보, 2010.8.3. 1면 톱기사

 

 

 

노 부부가 농약을 마셨는데 할아버지는 죽고 할머니는 중태라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날이 노인의 생일이었답니다. 노인의 생일날 한자리에 모인 자녀들이 서로 부모를 모시지 않겠다고 다투는 걸 보고 음독을 한 것입니다.  문화일보에서 이 기사를 본 그날 저녁 뉴스였습니다.

 

그 시간에 아파트 마당에서는 어느 아빠가 아들에게 야구공을 던져주고 있었습니다. "스트라잌!"이니 "볼"이니 하는 큰소리는 저녁 늦게까지 들려왔습니다. 지치지도 않는지 소리는 계속 크게 들렸고, 이 아파트 몇 개 동에 다 들릴텐데, 누구 하나 항의하지도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자신은 자녀들과 잘 놀아주지 못하면서 남이, '모범 아빠'가 잘하는 일에 심술을 내느냐고 비난 받을 게 뻔하니까요.

 

이러한 일들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보이고 들린다는 것, 그뿐입니다. 아 글쎄 그냥 그렇다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