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꼬마야 꼬마야 손을 짚어라
…………
오랫만에 봤습니다. 초등학교 중학년쯤인 남녀 아이들 대여섯 명이 노래를 부르며 긴줄넘기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모여 노는 걸 본 적이 별로 없어 그 모습이 신기하고 정겹기까지 했습니다.
요즘은 저녁이나 주말에 아버지가 자녀를 데리고 노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아빠들은 "꼬마야 꼬마야"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주로 베드민턴이나 야구, 축구 같은 걸 합니다. 말하자면 매우 실용적이어서 흡사 체육 과외를 하는 것 같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눈치를 좀 보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지만 TV CF에서는 예쁜 여성이 "요즘은 남자들도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한대요." 합니다.
신문에는 연일 아이들과 놀아줄 줄 아는 아빠에 대한 기사가 실립니다.
그런데도 주부 중에는 낮에 혼자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주부가 제일 많은데 비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남성이 제일 많다는 통계가 발표되어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빠와 많이 놀면서 자라는 아이가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혹은 전자기기를 움켜쥐고 게임이나 하고 노는 아이보다 일반적으로 사회성이 더 좋을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아빠와 많이 노는 아이보다는 동네의 또래아이들과 "꼬마야 꼬마야"를 하며 노는 아이가 일반적으로 사회성이 더 좋아질 것도 뻔한 이야기입니다. 정말입니다. 이걸 가지고 나와 오늘 점심 사기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나는 자신 있습니다.
이상한 현상은 눈에 더 잘 보이는 걸까요?
어쨌든 세상은 자꾸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좋은 내용인데도 내 눈에는 똑바로 보이지 않는 기사도 있습니다. "아빠와 많이 놀며 크는 아이, 사회성도 쑥쑥 크지요" 같은 기사입니다. 놀지도 않고 학원이나 다니는 아이보다는 낫겠지요. 그렇지만 "꼬마야 꼬마야" 같은 걸 하면 그 사회성이라는 게 더욱 쑥쑥 클 텐데 말입니다.
그렇게 공들여봤자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 희한하고 기막힌 일들이 우리나라라고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일본의 사례에 가까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교육인지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노 부부가 농약을 마셨는데 할아버지는 죽고 할머니는 중태라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날이 노인의 생일이었답니다. 노인의 생일날 한자리에 모인 자녀들이 서로 부모를 모시지 않겠다고 다투는 걸 보고 음독을 한 것입니다. 문화일보에서 이 기사를 본 그날 저녁 뉴스였습니다.
그 시간에 아파트 마당에서는 어느 아빠가 아들에게 야구공을 던져주고 있었습니다. "스트라잌!"이니 "볼"이니 하는 큰소리는 저녁 늦게까지 들려왔습니다. 지치지도 않는지 소리는 계속 크게 들렸고, 이 아파트 몇 개 동에 다 들릴텐데, 누구 하나 항의하지도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자신은 자녀들과 잘 놀아주지 못하면서 남이, '모범 아빠'가 잘하는 일에 심술을 내느냐고 비난 받을 게 뻔하니까요.
이러한 일들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보이고 들린다는 것, 그뿐입니다. 아 글쎄 그냥 그렇다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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