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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교과서 정기검정제의 장점

by 답설재 2010. 6. 1.

「주간교육」(2010.5.17,7면)이라는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 내용은 사실은 연전에 제가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 보고한 『검정도서 수정·보완체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2006.10)에 자세히 기술한 내용을 축약한 것입니다.

 

그 신문의 김건희 기자가 제 논문을 표절한 것이냐 하면,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전혀 아닙니다.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는 제 생각을 잘 소개한 기사이므로 오히려 고마울 뿐입니다. 독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의심스러운 신문에 실렸다는 게 안타깝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너무나 잘 실천하는 방법을 우리나라에서는 왜 도입하지 않는 것일까요? 지긋지긋한 '일제(日製)'라서 그럴까요? 만약 그렇다면 좋은 건 좋은 대로 얼른 도입해야 더 뒤지지는 않겠지요.

한때 우리나라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특수학교의 전 교과서 2300책의 발행을 책임지던 사람으로서의 생각입니다.

 

내용은 좀 전문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렵거나 하지는 않으니 이 신문기사를 한번 읽어보십시오.

 

이 기사 아래에 제시된 내용은 앞에서 얘기한 그 보고서의 해당 부분입니다. 학술연구나 정책연구나 뭐나, 그런 보고서는 주로 학자들이 쓰는 것인데, 저는 본의 아니게 더러 연구보고서를 썼고, 남이 쓰는 데 공동연구자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다 어쭙잖은 일을 한 것이고, 제 할일도 못하는 주제에 그런 일을 넘본 경우였으니 다 제가 잘못 태어난 것이지요. 재미가 없을 내용이므로 읽지는 마시고, 혹 이 분야에 관심이 깊은 분은 참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정기 검정제 도입1

 

   ⑴ 현행 부정기 검정제의 현황 및 문제점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02)에서는 제7차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검정 업무를 수행하고 이 사업의 결과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담은 보고에서 검정의 체제에 따라 여러 가지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2

이 보고서에서 김정호 등은, “교과서 검정 제도에 대한 요구는 민간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민간의 자율성이 강해지는 제도 쪽으로 갈수록 민간은 책임 의식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오류가 많은 심의본을 제출하여 검정심의회의 지시에 따라 수정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교과서 편찬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시 검정제와 검정기준 완화를 통해 준자유발행제에 가깝도록 운영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교과서의 질을 모두 책임질 수는 없지만 오류 방지를 위한 대책은 세워야 한다”고 특히 오류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결론 및 제언에서도 “민간도 공공재인 교과서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과서도 영리를 추구하는 대상이지만, 그것은 그 이상의 교육적 책무를 져야 한다. 그러므로 시장 경쟁을 공정하게 하며, 교과서를 계속 수정․보완하여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김정호 등은 현행 검정체제를 검정주기와 제작 기간, 검정 대상과 연차․분리 검정, 집필상의 유의점과 외형 체제, 검정기준, 판정원칙, 그리고 오류 방지로 나누어 <그림Ⅳ-2>와 같이 개선방안이 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오류방지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심의본․기간본의 오류가 많으나 오류 과다만으로 부적격 판정을 하기가 곤란하고, 수정․보완 지시가 과다하며, 기간본 오류도 계속 발견된다고 밝히고 현행 제도를 그대로 시행한다면 다량의 오류 발생은 기정 사실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3 또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과다 오류만으로 부적격 처분’. ‘기간본 중대 오류시 발행 정지’, ‘기간본 오류에 과징금 부과’ 등 오류본에 대한 불이익 강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오류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검정주기와 제작 기간에 대한 대안으로는 ‘일정 주기별 재검정 시행’, ‘매 검정 시 증편 교과서 발행’, ‘수시 검정제 도입’ 등 ‘예측 가능한 검정 주기 고시’와 이에 따른 출판사의 ‘사전 대비’를 개선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내 용   현 황   대 안
           
        검정주기 o 교육과정개편이 검정주기임
-별도의 연한 규정 없음
-교육과정 개편기 신편 제작
-교육과정기별 1회 시행
  o 예측 가능한 검정 주기 고시
-일정 주기별 다시 검정 시행
-매 검정시 증편 교과서 발행
-수시 검정제 도입
       
        제작기간   o 단기간에 집필․편집 완료   o 검정 주기 고시 - 사전 대비
               
        검정대상 o 교과서․지도서 모두 검정
-지도서가 없는 과목도 있음
-검정 지도서의 다양화 미흡
  o 지도서는 검정에서 제외
o 지도서는 최소 범위로 심의
 
  검정
체제
 
   
연차․
분리검정
  o 중학교 3년 연차검정
o 先 교과서-後 지도서 검정
  o 학년별 연계성 강화
o 지도서의 저작․심의 강화
       
   
    집필상의 유의점   o 원론적 수준의 지침
o 교육과정․검정기준과 중복되는 부문도 있음
  o 교육과정(해설서)과 통합
o 구체적․실질적 지침 제시
 
   
   
외형체제 일부 과목의 색도 규제   색도․쪽 수의 자율화폭 확대
   
   
검정기준 o 공통기준 5개 항목
o 교과기준 20개 내외
  o 공통기준 강화
o 교과기준 축소 조정
 
   
   
판정원칙   o 공통기준은 ‘유․무’로 평정
o 교과기준 항목별 ABC 평정
o C평정 2개 이상이면 부적격 판정
o 수정본의 ‘미’는 부적격사유
  o 항목별 평정 및 전체에 대한
종합 평정을 통한 판정
o ABC 평정에 대한 합의된 수준설정(의미와 정도)
o 판정 원칙의 사전 고지
   
   
       
       
        오류방지 o 심의본·기간본의 오류 다수
-오류 과다만으로 부적격 판정 곤란
-수정․보완 지시가 과다
-기간본 오류도 계속 발견됨
  o 오류본에 대한 불이익 강화
-과다 오류만으로 부적격 처분
-기간본 중대 오류시 발행 정지-기간본 오류에 과징금 부과

       
       

<그림Ⅳ-2> 검정체제의 내용별 현황과 대안(2002,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개발에서는 충분한 집필․편집기간을 주어야 교과서의 오류를 방지할 수 있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사정은 우리나라 교육과정 개정과 교과서 개편에서 항상 경험한 사실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위 보고서에서, 교과서 검정 제도의 바른 방향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실제로 교과서를 집필하였거나 편집한 실무자들의 생생한 경험을 대상으로 하여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4

 

저자들은 이상적인 도서 집필 기간에 대해, 교과서가 최고 24개월부터 최저 6개월 정도이고, 지도서는 12개월부터 3개월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실제 집필한 기간은 교과서가 6개월(31.4%, 11명), 12개월(14.3%, 5명), 8개월(11.4%, 4명)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지도서가 3개월(34.3%, 12명), 2개월(17.1%, 6명), 1개월(14.3%, 5명), 4개월(11.4%, 4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편집자가 답변한 이상적인 도서 편집기간은 교과서가 12개월부터 6개월 정도이고, 지도서는 3개월부터 12개월 정도이다. 편집자들이 실제 편집에 쓴 기간은 교과서가 6개월(31.0%, 9명), 4개월(17.2%, 5명), 8개월(13.8%, 4명)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지도서가 2개월(27.6%, 8명), 1개월과 3개월(각 20.7%, 각 6명), 4개월(17.2%, 5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의견에 따른다면 교과서 한 종을 개발하는 데에 필요한 이상적인 기간은 집필과 편집 각각 12개월, 총 2년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집필과 편집을 합쳐 12개월 정도에 교과서를 개발한다. 지도서는 3개월 집필에 2개월 편집이 가장 많은 사례이며, 1개월만에 편집을 마쳤다는 사례도 있다.

 

  

    <표Ⅳ-10> 교과용도서 집필기간 (저자)*

교과서 집필 기간(개월) 지도서 집필 기간(개월)
필요 기간 실제 기간 필요 기간 실제 기간
24 8.6% 12 14.3% 12 28.6% 4 11.4%
12 45.7% 8 11.4% 6 25.7% 3 34.3%
6 22.9% 6 31.4% 3 25.7% 2 17.1%
1 14.3%

             주) * 응답자 : 35명 ** 출처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서 RRC 2002-13-1

 

 

    <표Ⅳ-11> 교과용도서 편집기간(편집자)*

교과서 편집 기간(개월) 지도서 편집 기간(개월)
필요 기간 실제 기간 필요 기간 실제 기간
12 41.4% 8 13.8% 12 24.1% 4 17.2%
8 10.3% 6 31.0% 6 31.0% 3 20.7%
6 13.8% 4 17.2% 3 20.7% 2 27.6%
1 20.7%

             주) * 응답자 : 29명 ** 출처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서 RRC 2002-13-1

 

 

이 결과를 보면, 저자와 편집자가 실제로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를 집필하고 편집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그들이 요구하는 이상적인 집필, 편집기간에 비해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는 검정 기간이나 검정 방법, 집필자와 편집자 확보 등 출판사의 사정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느 경우에도 이러한 조건으로는 오류 방지가 터무니없는 요구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배경은, 우리나라의 교과서 검정 주기와 직결되어 있다. 검정 주기란 심의를 통과하여 합격된 교과서의 유효 기간, 즉 한번 사용하기 시작한 교과서를 다시 편찬할 때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주기를 미리 정해 놓으면 교과서를 발행하는 출판사는 자체 계획을 수립하여 사전에 충분한, 혹은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차기 검정 심의 추진 계획을 세워 체계적이고 발전적인 업무 추진을 할 수 있게 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우리나라의 교과서 출판사들의 집필․편집기간 부족 문제는 바로 이 검정 주기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즉, 아무도 현행 교과서의 발행권 유지 기간을 알 수 없으며, 더구나 검정 신청 기회가 교육과정 개정 직후의 단 한 번뿐이라는 데 있다. 교육부는 1998년 12월 31일에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2종(검정)5 교과용 도서 검정 실시 공고’에서 검정 교과용 도서의 발행 기간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2종 도서 검정 합격의 유효 기간은 당해 도서를 최초로 사용하는 학년도부터 도서의 편찬 기준이 되는 다음 교육과정의 적용 시까지로 한다. 다만 교육부장관이 교육과정의 부분 개정 등 개편 사유 발생 시 유효 기간은 종료된 것으로 본다.“

 

이 발표에 따라 교과서의 유효 기간 혹은 신판 발행 시기는 자연히 국가 교육과정의 전면개정 혹은 부분개정과 연계되며, 우리 정부에서는 제7차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교육과정 개정 주기를 규정하지 않고 국가․사회적 변화에 따라 개정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차기 교육과정 개정이나 교과서의 개편에 대하여 어느 누구도 전망하기 어려웠던 것이 우리 실정이었다. 따라서 시대적․사회적 변화상을 적시에 반영해야 하는 ‘사회’, ‘과학’ 등의 교과에서는 늘 교과서나 교사용 지도서에 시대의 변화에 뒤떨어지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교과서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차기 검정 시기를 알 수 없으므로 이미 검정에 합격한 교과서의 연구진․편집진을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려워 검정 합격 직후 집필진은 물론 편집진까지 곧 해체해버리고 교육인적자원부의 수정․보완 지시가 있으면 최소한의 수정만 하게 되며, 다시 교육과정이 개정되고 검정 실시 공고가 나면 각 출판사마다 혈안이 되어 갑자기 집필․편집진을 구성하고 교과서 제작을 서두르게 되므로 만성적으로 기간 부족을 호소하고 결국 오류가 많고 충실하지 못한 교과서를 제작하게 된다.

 

이에 대하여 기존의 교과서를 수정․보완하여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과정이 전면 개정된 경우 당연히 교과서를 전면 개편해야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교육과정이 큰 폭으로 개정되지 않은 교과의 교과서는 전면적인 신판 제작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교과서도 전면 개편하는 것은 그 동안 현장 적용을 통하여 검정을 거치고 해마다 수정․보완하여 완성된 교과서를 폐기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판을 거듭할수록 그 교과서는 완전한 교과서로 현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⑵ 현행 부정기 검정 문제에 대한 대안

 

김정호 등은 검정 주기 문제의 대안은 다음과 같이 차기 검정 시기를 예고하거나 수시 검정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제안하였다.6

 

교육과정을 부정기적으로 전면 개편하는 대신 수시로 교과별 내용을 수정․보완하는 정도로 개정하고, 교과용 도서도 그 부문만 수정․보완하여 검정 심의를 다시 받도록 하는 수시 검정제가 합리적인 대안이다. 교육과정 수시 개정도 모든 교과목을 동시에 할 것이 아니라, 교과별로 순환 개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시대 흐름과 사회 상황을 바로 반영해야 하고, 배경 학문의 동향도 빨리 변하는 교과인 사회과와 과학과 등은 관련 내용을 매년 부분 수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검정 심의를 상설화해야 한다. 교과서도 교육과정의 수정․보완 부문만 반영하고, 심의도 그 수정 사항만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교과서는 항상 새로운 정보를 제시하는 자료 기능을 한다. 이렇게 하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검정 뒤에도 교과용 도서를 수정․보완하는 체제를 유지하게 됨.

  ∘ 점진적 수정․보완 과정에서 질을 향상시키는 경험이 축적됨.

  ∘ 판을 거듭하는 교과용 도서가 학교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음.

  ∘ 검정 신청을 매년 할 수 있으면 발행사가 자원 배분을 신축적으로 하게 됨.

 

이 대안은 교과서 개발 경험의 누적 효과를 통해 장기적으로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고(규범적 당위성), 발행사도 시간적으로 여유 있게 수정할 수 있고(실현 가능성), 전면 개편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어(효율성) 합리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검정 심의를 매년 일정 시기마다 반복하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는 자원의 연차 배분 효과와 부적격 판정에 따른 사후 시비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학교의 채택을 위한 시장 선점 효과를 위하여 검정 1차 연도에 모든 과목을 출원하려고 할 것이므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다만 학교에서 선택 도서를 매년 교체할 수 있다면, 2차 연도에 더 질 높은 도서를 개발하는 발행사가 오히려 유리해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⑶ 정기 검정제 도입 방안 및 전문 출판사 육성의 필요성

 

미국도 주에 따라 4~8년 주기의 인정을 실시하고 있지만, 일본이나 프랑스의 4년 주기 정기 검․인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검정을 실시할 때마다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검정 공고를 할 때 검정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일본의 경우 ‘의무교육제학교교과용도서검정기준’과 ‘고등학교교과용도서검정기준’으로 나누어 문부과학성 고시로 공포하여 항상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는 교육과정 개정과 연계하여 새 교육과정이 고시되면 검정 공고를 해서 신청을 받은 후에 검정을 하고 있으나, 일본은 교육과정의 개정이 없어도 4년에 한 번씩 검정을 실시하는 정기 검정에 따른 조치이다. 또 소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교과서 검정을 연차적인 순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검정이 실시되는 것처럼 보이며, 매년 검정을 실시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 검정 대상 학교급이 다르므로 학교 급별로는 4년만에 한번씩 검정이 실시되고 있는 셈이다.7  우리나라에서의 정기 검정제 도입에 대하여 박소영 등(2004, 66)은 다음과 같이 5년 주기의 개념도로써 제안한 바 있다.8   

 

    1 2 3 4 5 1 2 3 4
교육
과정
개정
집필 검 정
(신판)
채 택 적 용     검 정
(개정판)
채 택 적 용 (교육과정 수시,부분
개정)

 

5 1 2 3 4 5 1 2 3 4
  검 정
(신판)
채 택 (교육과정 수시,부분 개정)     검 정
(신판)
채 택 적 용  

                                               <그림Ⅳ-3> 검정도서의 상시 개편 주기(2004, 박소영 등) 

 

 

박소영 등은 이와 같은 정기 검정제를 도입할 경우, 다음과 같은 장단점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였다.

 

  【장 점】

◦ 정기적인 검정을 통한 수정 내용의 질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사용 중인 교과서에 대한 계속적이고 체계적인 검토, 수정, 보완이 가능하다. 즉, 사후 교과서 질 관리가 가능해진다.

◦ 정기적인 검정으로 국가 사회적 필요 및 민감한 상황 변화, 교과 자체의 중요한 내용이나 방법의 변화 등을 반영,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촉진할 수 있다. 나아가 교과서의 질적 수준의 유지 또는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 일회성 교과서가 아니라 판을 거듭하는 교과서가 나옴으로써 지속되는 질 관리에 대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 일시 검정 제도가 아닌 정기 검정 제도로서 안정된 검정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 신판 검정에 출원하여 불합격한 교과서도 수정, 보완을 거쳐 개정판 검정 도서 개편 주기에 신판으로 검정을 출원할 수 있으므로 교과서의 질 경쟁을 통한 질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

◦ 궁극적으로 질 높은 교과서 개발 및 질 관리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점】

◦ 교육과정 개정과 연동하여 이루어지는 신판 교과서 개발 이외에, 사안의 긴급성에 의해 수정․보완이 필요한 경우에 검정 도서 개편 주기(5년)가 돌아올 때까지는 강제 사항이 없다. 따라서 교과서 질 관리에 있어 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하지만 최소한 5년의 합격 인정 기간을 통해 발행사의 경제적인 면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단, 저자 인세 및 출판사 이익금 배분 등에 시장 논리를 도입하면, 새로운 내용의 수정․보완을 통한 질 관리를 해나가는 출판사가 개발한 교과서가 채택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 신판 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개정판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다를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못한다. 즉 신판 개발에는 좀더 시간이 요구되고, 개정판의 경우에는 짧은 시간 내에도 수정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판의 경우 업무 부담이 적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5년의 주기가 너무 길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학교 급의 특정 교과에 대해 5년 주기의 정기 검정을 하게 되면 다음과 같이 연차적으로 준비하고 시행할 수 있게 되므로 교육인적자원부는 물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과서 출판사 등 교과서와 관련되는 모든 기관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우선 교육인적자원부는 항상적으로 정책을 연구․기획함으로써 발전 지향적인 행정을 할 수 있게 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그 조직을 설립 취지에 맞추어 교육과정 연구 분야와 교과서 연구․개발 및 검정 업무 추진 체제로 정비하여 역시 항상적으로 연구하고 업무를 추진하는 연구기관이 될 수 있다.

 

  1차 연도 2차 연도 3차 연도 4차 연도 5차 연도  
계획수립 및
현행 교과서 검토‧평가
연구 및 집필 수정‧보완
편 집
현장검토 및 심의본 제작 검정 시행

<그림Ⅳ-4> 5년 주기 정기 검정을 할 경우의 업무추진 절차에 대한 개념

 

 

정기 검정을 실시할 경우, 교육과정을 개정하지 않고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동일한 교육과정으로 보다 개선된 새로운 교과서를 편찬하여 검정 심사하는 제도가 되므로 교과서의 질을 높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1995년 5월 31일,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에서 ‘종래의 교육과정의 주기적 개정 관행을 없애고, 수시로 교육과정을 개정할 수 있다’는 교육과정 수시-부분 개정을 제안한 취지도 바로 교과서 개선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9

 

 

<교과서 제도 개혁안 요약>

∘ 초․중등 교과서를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전환함을 원칙으로 함.

∘ 교육부나 교육청은 교과서 집필과 발행에 관해 개괄적인 기본지침만 제시하고 교육계 및 관련 전문가 집단의 전문성이 자유경쟁의 원칙을 통해 교과서 집필과 제작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함.

∘ 종래의 교육과정의 주기적 개정 관행을 없애고, 수시로 교육과정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하여, 급격히 증가하는 새로운 지식․정보를 적절히 수용할 수 있도록 함.

∘ 검․인정된 교과서는 단위 학교가 ‘학교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자유 경쟁의 원칙을 통해 교과서 질 향상이 이루어지도록 함.

∘ 정보화시대에 대비하여 CD-ROM 등 전자도서의 발간도 추진하도록 함.

 

교육개혁위원회는 교육과정의 주기적 개정 관행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제6차 교육과정 개정까지의 교육과정 개정이 대체로 교육외적 요인에 의해 전면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그 과정과 결과에 나타나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데 따른 것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10 실제로 이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문교부는 이미 1979년 3월 1일, 그동안 국가 교육과정이 '부령'으로 제정되었던 것을 '고시'로 바꾸어 학문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부분 개선의 필요에 대처하고자 하였으나,11 실제로는 그 취지가 구현되지 못한 결과였을 것이다.

 

정기 검정은 또 교과서 전문 출판사를 육성 지원하는 지름길이 된다. 일본과 미국, 프랑스 등의 교과서 발행 전문 출판사들은 이미 교과목별 전문 출판 체제를 갖추고 있다. 물론, 교과서 시장에서도 경쟁 체제에서는 각 출판사가 교과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규제하는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질 높은 교과서가 개발되려면 프랑스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수준이 낮은 교과서는 선택권자인 교사들로부터 채택을 받지 못하여 저절로 전문 출판사가 육성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일본이나 미국, 프랑스에서 교과서 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시장 경제의 실패 사례로 볼 것이 아니라 특화에 따른 투자 집중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김정호 외, 2002). ‘교과서의 품질 향상과 내용 개선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교과서 검정 시기에만 철새처럼 뛰어드는 교과서 출판사를 방지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수한 편집진과 자료 풀, 시설 설비, 물류 조직 등을 항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교과서 전문 출판사를 육성하지 않고는 질이 높은 교과서를 편찬할 수 없을 것이다’(함수곤, 2004).

 

정기 검정제는 출판사로 하여금 지속적인 투자를 유도할 뿐만 아니라 집필․편집진을 상시 유지, 관리하게 하고 그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유도하는 체제가 된다. 따라서 정기 검정제를 도입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출판사에 대하여 “특정 교과목의 전문 출판사가 되라”든지 “교과서 출판 연구를 하라”는 등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러한 노력을 하도록 하는 제도가 된다. 그러면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교과서의 사소한 오류 사항에 대해서도 수정을 지시하는 후진적 형태를 구태여 유지할 필요조차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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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만곤·김차진·강환동·주용준(2006.10), 『검정도서 수정·보완체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보고서 2006-04), 108~117.

2. 김정호․이춘식․김광민․유영희,『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용도서 검정 체제 연구』(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RRC 2002-13-1).

3. 이 보고서(179쪽)에는 오류에 대한 현황과 이에 대한 검정위원들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3년간 검정 심의 과정에서 수정․보완할 사안이 약 274,000건에 이를 정도로 오류가 많았다. 이러한 오류를 검정 심사를 하기 전에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질문한 결과, 210명의 검정위원은 미리 샘플 조사를 하여 일정량 이상의 오류가 있으면 심의회에 넘기지 않는다.(29.3%, 61명), 심사 전 오류를 먼저 지적하여 수정토록 한 뒤 심의회에 넘긴다.(28.4%, 59명), 심사 중 일정량 이상의 오류가 있으면 바로 부적격 처리한다.(25%, 52명), 현재와 같이 내용 오류도 한 항목으로 평정한다.(17.3%, 36명) 순으로 응답하였다. 전체의 83%가 현재의 방안으로는 교과서의 오류를 효과적으로 방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와 같은 다량의 오류 발생 현상은 기간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001년 상반기부터 2005년 상반기까지 4년 6개월 간의 교과용도서 수정․보완 건수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총 115,935건으로 내용이나 표기 오류가 가장 많았고, 법령이나 통계 등에 대한 보완, 그리고 띄어쓰기 등 기타 사항에 대한 수정․보완이 이루어졌다’고 하였다.(유학영 등, 『교과용도서 피드백을 위한 모니터링제 도입 및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보고서 2005-4, 연구요약).

4. 김정호 등의 위의 보고서, 161~162쪽.

5.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부칙(제17634호,2002.6.25) 제2조 (교과용도서 명칭 변경에 따른 경과조치) '이 영 시행당시 1종도서는 이 영에 의한 국정도서로, 2종도서는 이 영에 의한 검정도서로 각각 본다.'에 의해 명칭이 변경되었다.

6. 김정호 등, 위의 보고서, 159~160쪽.

7. 함수곤, 앞의 보고서, 45.

8. 박소영․박순경․조미혜, 「교과서 상시 개편 체제 수립 방안 연구」(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보고서 2004-2), 64~68.

9. 교육개혁위원회(1995.5.31),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新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제2차 대통령보고서),49~50쪽 및 위 보고서의 참고설명자료(보도자료 Ⅱ),64~65쪽.

10. 하나만 예를 들어 일시-전면개정의 문제점과 폐해의 개요를 보면 다음과 같다(황규호, 「국가수준 교육과정 개정방식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국가수준 교육과정 개정방식의 개선방안 탐색』,2003년도 학술세미나 자료집, 47).주기적․전면적․일시적 개정에 의해 야기되는 문제점들은 다양한 맥락에서 검토되고 있다. 그 문제점들을 재해석하여 정리해보면 ⑴ 교육과정의 개정 근거가 불명료한, 불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교육과정 개정이 이루어진다는 점, ⑵ 이같이 불필요한 잦은 개정으로 인하여 교육현장에 혼란이 야기되고 냉소적 반응이 나타나며 교육과정의 연속성이 결여된다는 점, ⑶ 경우에 따라서는 시급한 개정이 요구되는 상황이 발생하여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 그리고 ⑷ 단기간에 개정 작업이 이루어짐으로써 예산, 시간 및 인력 부족 문제가 야기된다는 점 등이다.

11. 교육인적자원부(1998.11.28), 초등학교 교육과정 해설(Ⅰ), 49, 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