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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줏대 없는 국책연구기관

by 답설재 2009. 12. 22.

 

줏대 없는 국책연구기관

 

  

                                                                   

 

 

핸드폰으로 희미하게 찍힌 사진은,「정권 '입맛'따라 연구결과 오락가락, 줏대 없는 국책연구기관」이란 기사입니다. 1  조금만 보면 이렇습니다.

 

최근 발표된 세종시에 대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가 전(前) 정부 때 실시했던 연구와는 상반된 결과를 보임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행정학회와 16일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세종시 원안(原案)에 따라 행정부처(9부2처2청)를 이전할 경우 연간 최대 5조원 가량의 행정 비효율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시까지 공무원이 출장 비용, 민원인의 시간˙경제적 낭비 등 '직접 경비'는 연간 1271억원, 정책 품질 저하 비용과 성장 잠재력 저하 비용 등 '간접 경비'는 연간 4조6800억원으로 추산한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 12월 국토연구원과 한국행정연구원 등 7개 기관이 참여해 실시한 '행정수도 이전의 효과 분석 및 국내외 사례조사 연구'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당시에는 수도권과 비충청권과의 통행량 감소로 전국적으로 연간 1조1000억원의 교통비용 절감, 수도권 환경오염 감소로 연간 1060억원의 환경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측했다. …(후략)…

 

이 기사 내용에 나타난 연구 결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간단히 '뭐 이런 것들이 있나!' 그러면 그건 좀 난처합니다. 왜냐하면 2003년의 연구는 당시 정부의 국정지표(가령 '지역 균형 발전')에 따라 연구한 결과이고, 이번 연구는 이 정부의 국정지표(가령 행정의 효율)에 따라 연구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제 연구해도 이런 저런 측면이 다 고려되어야 할 것 아니냐고 하면, 그건 보다 분명한 관점일 것입니다.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니 무슨 다른 연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행정이 어떤 결정을 하는 데 뒷받침이 되는 연구를 정책연구(政策硏究)라고 합니다. 그런 연구는 그 과제의 배경, 실태, 문제점, 설정될 수 있는 과제와 추진전략, 기대되는 효과, 국내외 사례 같은, 우리가 예상, 예측할 수 있는 사항들을 모두 포함하여 연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행정가들은 그 연구결과를 보고 확신을 가지고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저는 연전에 비교적 간단한 주제의 어떤 정책연구를 하면서 주최측에서 1200만원을 주겠다는 걸 1000만원만 받아 그 돈으로 보고서 인쇄까지 해서 제출했지만, 제가 잘 모르는 행정분야의 연구나 교육정책 연구 중에는 비중이 아주 높아서 몇 억짜리도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몇 억이 드는 연구라도 필요하면 당연히 해야 합니다. 국민을 위한 일이니 아까울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연구에 '진정성'이 결여된다면 1000만원도 아까울 것입니다. 교육에 관한 연구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그 돈이 아까운 교육연구는 '죄악'이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어떤 교육정책연구기관에서는 한때 '평준화교육'이 최선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고 하다가 그 후에는 '수월성교육'이 최선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 보았습니다. 교육학자로서는 할 일이 아닙니다. "이런 면에서는 평준화교육정책이 필요하고, 저런 면에서는 수월성교육정책이 필요하다." 그렇게 주장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걸 할 줄 모르는 교육학자라니! 얼마나 한심하고 치졸합니까.

그러나 말이 그렇지 그런 태도가 그리 쉬운 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곧잘 "글쎄요." "그것 참!" 할 때가 많았습니다. 교육이란 게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1. 조선일보, 2009. 12. 21, A.. 2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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