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학교교육과정 평가 연구

by 답설재 2009. 12. 7.

  우리 학교에서는「학교교육과정 평가지표 개발 및 적용」을 주제로 도 지정 연구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지만 제가 할 일은 없어졌습니다. 그때는 제가 교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올해 연구보고서를 보고, '아, 이 보고서는 교장이 썼겠구나' 하시는 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보고서가 인쇄되어 나왔을 때 제가 우리 학교 연구부장과 나눈 대화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참 잘 됐습니다."

  "다, 교장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건데요."

  "제가 뭘 가르쳐주었습니까. 다 연구부장이 알아서 했는데……."

 

  글자 한 자까지 책임이야 제가 지겠지만, 실제로 제가 쓴 부분은 딱 한군데입니다. 그건 용어의 정의 중 다음 한 가지입니다.

 

 

 

   <학교교육과정의 일원화>(교장)

 

  학교교육은,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그 결과를 평가·환류함으로써 더 수준 높은 교육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예전부터 이야기해온 일반적인 견해로, 너무나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 견해를를 부정하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학교교육과정에 관한 한 대부분 계획(편성)→실천(운영)→평가․환류→계획→……의 순환과정이 실제적으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경향이어서 "계획은 계획이고, 실천은 교과서대로, 평가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환류는 말뿐"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한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본교에서는 그러한 현실을 외면·방치하기보다 연간계획 같은 대규모 계획은 물론 하나하나의 모든 교육활동이 계획→실천→평가․환류의 과정을 거쳐야 다시 새롭고 발전적인 계획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평가의 기본원리가 기능함으로써 '살아 있는'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의 취지를 구현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잠정적으로 '학교교육과정의 일원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사실은 이 용어도 연구부장이 이미 정의해 놓았던 것 같습니다. 그 원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학교교육과정의 일원화>(연구부장)

   학교교육과정의 일원화란 학교교육과정의 편성․운영․평가의 전 영역에 걸쳐서 적절성과 실효성, 만족도의 상시평가를 실시하고, 이로써 얻어지는 결과를 분석하고 환류하는 순환과정의 상호 유기적인 체제를 통하여 학교교육과정의 질을 개선하고 향상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러한 학교교육과정의 편성․운영․평가의 일원화는 외부의 간섭 없이 학교가 주체가 되어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적용․실천․환류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단위 학교의 여건, 특성에 맞게 만들어가는 학교교육과정을 실천할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이다.

 

 

 

  저는 이걸 보고 얼른 이 정의를 보고서에 실어달라고 했는데, 그는 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아마 몇 줄 안 되는 거지만 그거라도 넣어 줌으로써 저에게 참여의식을 갖게 하려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지금 확인해 봐도 그가 정의한 것이 더 간결하고 우리 학교 보고서의 성격에 맞는다는 걸 저라고 왜 모르겠습니까. 그걸 저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인물입니다. 우선 추상적으로 얘기해도 그는 다 알아듣습니다. 그래서 그와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하면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알아듣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이 연구의 내용은 우리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이 실제로 활동한 것에는 한 치의 가감이 없어서 모두들 수고가 많았지만, 그걸 논리적으로 말하라면 아주 간단하여 한두 마디에 지나지 않습니다.

  “학교교육과정 평가를 연간 1~2회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아주 유치한 일이므로 연중 상시적으로 실시해야 하며, 그 방법도 설문조사 위주여서는 전혀 효율적이지 않으므로 평가되어야 하는 내용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뭐, 그 정도라고 하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연구의 공개보고회가 신종 플루 때문에 취소가 되었으니 기가막힐 정도는 아니라 해도 참 어이없고 허탈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연구보고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의 1차년도 보고서를 한번 보십시오.

 

 

 

 

 

  교육과정의 구성 요소를 목표와 내용, 방법, 결과와 그 과정에 대한 평가 및 환류로 나눈다면, 그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혹은 '더' 중요하겠습니까.

  저는 그걸 따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덜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 부분을 소홀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며, 그러한 구성 요소 중에서 덜 중요한 것이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면, 교육과정을 이루는 구성 요소를 처음부터 그렇게 나누지 않아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순환과정 -즉, 목표→내용→방법(적용, 운영)→결과 및 그 과정에 대한 평가와 환류→계획→……의 과정- 에서 핵심적인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는 것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평가입니다. 이러한 순환과정을 간단히 계획→실천(운영)→결과 평가로 나누어 살펴보면, 계획에만 주안점을 두면 '번지르르한 계획'이 되고(그런 계획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운영에만 중점을 두면 중구난방, 백가쟁명이 되기가 쉬울 것은 당연하므로 '힘이 센' 사람의 독주와 횡포가 횡행할 가능성이 충분해집니다(이런 학교가 실제로 어느 정도일 것 같습니까?).

 

  그러나 계획도 잘 세우지 않고 실천에도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평가는 철저히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있을 수 없으므로 -그건 아예 말이 되지 않으므로- 평가에 초점을 둔다는 것은 자연히 매우 바람직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가는 새로운 계획을 염두에 두는 행위이고, 평가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충실한 과정을 보장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전반에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야말로 저의 '희망 사항'입니다. 우리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은, 우리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이며, 그러한 프로그램이 학습지도와 생활지도에서 구체화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그걸 실천하기 위한 "접근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이제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고, 선생님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었습니다.

  2010년에는 말없이 그것이 이루어져 가기를 기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나날이 더 행복해지고, 그 학생들 때문에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모두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