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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교육과정의 자율화 Ⅰ - 4년 만에 현실화된 제안 -

by 답설재 2009. 5. 19.

교육과정의 자율화 Ⅰ

- 내 제안을 비웃던 사람들 중 누가 안을 냈을까 -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지난 5월 1일, 학교교육을 다양화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시안)'을 발표했습니다. 추진과제는 국민공통기본교과별로 연간 총 수업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증감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교육과정의 자율화'와 함께 교원인사의 자율화, 자율학교 확대, 학교현장 지원체제 구축 등 네 가지였습니다.

 

 

 

 

내가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의 개정 과정에 참여한 것은 공식적으로는 주제발표에 대한 토론자로 참여한 세 번이 고작이었습니다. 교육과정 개정 이후 초등학교와 중학교『교육과정 해설』총론 집필에도 참여했지만 그건 개정 작업에 참여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 2005. 6. 10(금). 한국교원대학교․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공동주최, 2005 교육․인적자원 혁신박람회 학술세미나「교육과정 개정의 쟁점과 발전방안」(장소 : 경기 고양 KINTEX 전시관 305호)

∘ 2005. 7. 14(목).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개원 7주년 기념 세미나「국가수준 교육과정, 무엇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장소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강당)

∘ 2005.11. 29(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개정 시안 공청회「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개정 시안 개발을 위한 방향 탐색」(장소 : 한국교육개발원 대강당)

 

 

 

한때 국가 교육과정 개정․관리 담당관으로 근무했던 사람으로서는 초라하고 서글픈 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세 번의 토론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주장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교육과정의 자율화’입니다.그 주장에 대해 두 번째까지는 ‘교육과정정책과장을 지낸 사람이 저런 소리를 하는구나.’ 하고 진지하고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듣는 사람도 있었으나, 세미나 주최측으로서는 “우리는 이런 사람도 토론에 참여시켰다”고 그 실적을 내세울 때 요긴한 참여자일 뿐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세 번째, 총론 개정 시안에 대한 공청회 때는 주최측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학자들이나 함께 참여한 인사들이 빙그레 웃고 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게 누구누구인지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개정 시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에만 집중하여 ‘자율화’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습니다. 아니, 발표자나 토론자 중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때 그 세미나나 공청회 자료집을 가지고 계신 분은 제 말이 틀렸는지 한번 확인해보십시오.

 

 

 

그 세 번의 주장만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2005. 6. 10. 세미나에서의 주장

 

교육과정의 대강화와 상세화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어야 한다.

총론은 대강화하여 교육청과 단위학교의 자율재량권을 확대하고 교과 교육과정은 보다 상세화하여 교육과정에 제시된 내용요소 또는 목표 자체가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교육과정의 총론의 내용 중에는 해설서에 제시되어도 충분할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가령 재량활동의 경우에는 국가수준에서 그 재량을 제한하고 있고 주당 평균 1~2시간의 재량활동에 대한 방대한 주문 때문에 학교에서는 자율재량권을 발휘할 수 없을 지경이 되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의 총론은 전체적으로 교육청이나 단위학교의 자율재량권을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그 자율재량권 발휘가 어렵게 하고 있다. 이미 6차 교육과정 때부터 강조되어온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 확보는 총론에서 그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문제로 현재와 같이 무엇무엇을 하라는 기본업무 제시 형태로는 구현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각 교과 교육과정의 상세화는 목표진술이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는 뜻이며, 우리나라는 이에 소홀하여 평가상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 세미나 자료집, 25~26쪽.

 

 

2. 2005. 7. 14. 세미나에서의 주장

 

○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은 대강화해야 한다.

총론(특히 편성․운영지침)은 대강화하여 교육청과 단위학교의 자율재량권을 확대하는 한편 교과 교육과정은 보다 상세화하여 교육과정에 제시된 내용요소 또는 목표 자체가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교육과정 기준의 편성․운영 지침 중에는 자율재량권을 발휘하라고 하면서도 너무 자세히 규정하여 교육청이나 학교에서는 더 이상의 자율재량권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으며 해설서에 제시되어도 충분할 만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가령 재량활동의 경우에는 오히려 국가에서 그 재량을 제한하고 있고 비교적 시수도 적은 재량활동에 대한 방대한 주문 때문에 학교에서는 가르쳐볼 만한 것을 구상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제7차 교육과정은 전체적으로 교육청이나 단위학교의 자율재량권을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그 자율재량권 발휘가 어렵게 한 교육과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6차 교육과정 때부터 강조되어온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 확보는 총론에서 그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문제로 현재와 같이 무엇무엇을 하라는 기본업무 제시 형태로는 그 취지 구현이 어렵다.

 

○ 교과 교육과정은 보다 상세해야 한다.

교과 교육과정의 상세화는 전국 공통의 평가기준이 되게 목표 진술이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는 뜻이며, 우리나라는 이에 소홀하여 교육과정의 목표는 목표대로 두고 각종 평가에서는 다시 새로운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어 교육과정의 구실이 유명무실해지고 그만큼 본질을 떠난 평가상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각 학교급의 교과별 ‘성취기준․평가기준’을 마련했으나 그것이 거의 유명무실하여 그러한 도구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현실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교과 교육과정 중에서도 목표와 내용을 제외한 교수․학습방법 및 평가에 관해서는 지침이 될 만한 내용만 규정하여 대강화해야 한다. 마치 연수자료처럼 자세한 지침을 제시하는 것은 그것이 오히려 지침의 구실을 하지 못하는 단점을 초래하고, 그 결과 자율재량권이 발휘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교과 교육과정의 상세화를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공통성과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심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초․기본교육에 대한 책무성의 범위가 교육과정에 나타나야 하며, 이는 현실적으로는 수업목표의 명료화 및 평가기준 설정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교육과정에 나타나야 수월성 교육, 특기․적성교육, 창의성 교육,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신장 등에 대한 논의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의 공통성, 다양성 추구와 더불어, 각 교과의 이기주의, 정부 각 기관 및 단체들의 요구와 이기주의 극복을 위한 방안도 미리 마련되어야 이상적인 교육과정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주제발표에서는 이러한 요구들에 대하여 교과목 신설은 배제하겠다는 방향을 설정하고 있으나, 그렇다면 앞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요구가 어떻게 분출․수렴될 것인지, 이러한 구상이 각 교과별 논의에서 제대로 반영될 것인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 교육청과 학교의 자율재량권을 확대하는 방안이 주요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제6차 교육과정 때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온 지역과 학교의 자율재량권 확대는 교육의 공통성과 다양성 추구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이므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국가기준에서 많은 부분을 규정하고자 하는 경향이다.

편제와 편성․운영지침을 포함한 총론에서 어떤 부분에 대한 결정을 학교나 교육청에 맡길 것인가를 연구해야 하며, 앞으로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는 지침 자체를 주지 않는 방향이 정립되어야 한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예를 찾으면 재량활동과 수준별 교육과정 편성․운영, 선택중심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대하여 국가기준이 너무 자세한 사항에까지 지침을 제시하여 오히려 창의성과 다양성이 말살된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항 중에서 학교급별 학년별 교과(영역)별 이수시간이나 고등학교 선택중심 교육과정에서의 과정 개설 문제 등은, 자칫하면 지금까지 이루어진 여러 교육청이나 단위학교의 창의성, 자율재량권 발휘의 전문성을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국가기준에서는 최소한의 요구만 하고 나머지는 현장에 맡기는 방안을 연구해보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8개 시․도 교육청에서 2005학년도에 이미 대학과목이수제도(AP) 과정을 시범운영하기 시작했고, 서울에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과정을 개설하는 학교가 있으며 예체능과정(예체능, 체육, 미술, 음악) 운영을 위해 선지원후배정하는 방안까지 연구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학교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융통성이 배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세미나 자료집, 62~64쪽.

 

 

3. 2005.11. 29. 공청회에서의 주장

 

◦ 제6차 교육과정 및 제7차 교육과정에서 현장의 자율재량권을 신설․확대해 왔다면 다음 교육과정에서는 어떤 점을 자율화할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우선적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현행 교육과정기준 속의 자율재량권의 취지가 완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하면서 접근해야 하며,1) 오히려 이번에는 그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도록 하는 지침 설정을 연구해야 한다. 교육과정기준과 학교교육과정에 대하여 토론자는 다음과 같은 분석을 하고 있다.

 

․ 불행하게도,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자율․재량권이 확대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교육과정기준이 여러 가지 면에서 사소한 것까지 모두 언급하고 있어서, 따지고 보면 그 기준이 정교해졌을 뿐으로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그 정교화를 소화하는 데도 벅찼기 때문에 지난 8년 동안에는 그 이전에 비해 학교교육과정의 개념을 더욱 확장․발전시켰다고 보기가 어렵다. 국가기준 자체가 이미 아주 자세한 면까지 다 언급하고 있으므로 교육청이나 학교에서는 자율재량권이나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도 거의 없는 것으로 보였다.

 

․ 시․도 교육청의 지침은 당연히 국가기준과 학교교육과정 사이에서 그 연계를 원활히 하는 구실을 해야 하겠지만, 그 속에 학교교육과정을 편성․운영, 평가하는 데 필요한 특별한 제안이 들어 있지 않으며, 전국적으로 제6차 교육과정기의 지침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우리는 교육과정 편성․운영, 평가에 관한 시․도 지침 혹은 시․도 교육청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학교교육과정은 학년․학급․교과목별 교육과정 편성에 유념할 만한 미션을 주지 못하는 허수아비가 되고 있다. 즉, 학교교육과정은 당연히 학년․학급․교과목별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데 필요한 문서가 되어야 하겠으나 이 네 가지가 서로간에 거의 남남처럼 있으나마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사들은 이러한 교육과정을 각기 따로 작성하고 있으며, 그것도 이 학교 저 학교의 자료들을 보고 적당히 문서의 형식만 갖추고 있다.

 

․ 이러한 경향은, '교육과정'을 단순히 '교육내용'으로만 보면서 ‘그까짓 교육과정기준이나 학교교육과정이 없어도, (또는) 그따위는 고려하지 않아도 교육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느냐’는 관점을 가지고 교육과정 정책․행정을 방치하거나 아직도 교과서대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 교육과정 기준에서 학업성취도와 무관하게 교과별 수업시간을 통제해온 것은, ‘어떠한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든 말든 “이만큼의 시간을 투자하여 가르치고 배우라(이해하든 못하든 시간은 때워라)”는 비논리적 규제이므로 차기 교육과정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현장의 자율성을 확대해주어야 한다. ’기준‘은 시간이 아니라 ’지식‘이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는 시간(단위) 배당이 표시되지 않는 형태의 편제표가 이상적이며, 주5일제 도입을 계기로 아예 현장의 자율에 맡기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 교육과정 평가를 강화하여 목표관리에 관한 현장의 책무성을 아울러 강화해야 한다. 어떤 학생은 다른 학생보다 먼저, 혹은 단시간에 학습과제를 잘 이수할 수 있으며, 어떤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더 짧은 시간에 정해진 과제를 이수시키고 다른 활동을 시키고 싶어 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생각과 달리 현행 교육과정의 편제보다 더욱 중앙집권적인 형태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재량활동의 성격이 특별활동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하여 현장에 자율재량권을 부여한 유일한 교육과정 영역에 대하여 주5일 수업제의 도입과 연계함으로써 축소 또는 폐지하려는 움직임은 절대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그 취지가 잘 살려지고 있으므로 오히려 중․고등학교의 경우 교사수급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재량활동은 급격히 늘어나는 범교과학습 중심의 국가․사회적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데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교육과정 영역이다. 이러한 점에서는, 특별활동은 전통적으로 굳어졌다하여 유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그 영역이나 비중을 축소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볼 수 있다.

 

◦ 최근에 이르러 긍정적인 내용이든 부정적인 내용이든 계기교육을 중심으로 현장교사들의 자발적인 교재 구성․활용이 국가․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교육과정기준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교과서 일습자료의 개발․보급에 관한 사항이나, 교육의 중립성 등이 침해받을 염려가 적은 교과부터 국정교과서(정부에서 굳이 국정교과서를 만들고 싶은 경우)와 검정교과서, 인정교과서를 함께 개발하여 현장에서 선택하게 하는 방안, 중․고등학교의 경우 이러한 교과목의 교과서에 대해서는 자유발행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교육과정기준의 지침에 포함시켜 현장의 자율재량권을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 담당자들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특히 이 세 번째의 주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제언하여 자율화를 강조했습니다.

◦ 교육과정 수시부분수정체제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연구진에서는 교육과정기준을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는 수시부분수정체제의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그 중에서 하필이면 가장 폐단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어온 일시전면개정체제를 채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야말로 가장 순탄한 방법인 수시부분수정체제를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희망적인 접근방법이고, 이번에는 꼭 그렇게 해야 앞으로 이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접근 방법에 따라 연차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교육부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도 유리하고, 무엇보다 현장교사들에게 이제는 교육과정기준이 안정적으로 개선되어나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연차적인 개선방안이 적용되면 그것은 앞으로 하나의 틀로서 기능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일시전면개정방법은 주어진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고 그러한 기회를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가장 졸렬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 주5일제 대비 수업일수 조정에 대해서는 현장의 자율재량권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현행 제7차 교육과정은 무리가 있지만 최소이수시간의 방법으로 수업시간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연구진의 조정방안은 수업시간의 최대치를 제시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현장의 자율재량권을 속박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의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은 어디서나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환경적 통제방법이지만 교육과정 운영방법만은 보편성과 수월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혹이라도 교육내용을 하향 평준화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몇 시간을 가르치고 배워서 목표를 달성하느냐는 문제는 현장에서 결정하도록 그 권한을 풀어주어야 마땅하다.

 

◦ 우리나라와 같은 중앙집권적 교육과정정책에서는 중앙에서 무엇을 정하고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설정을 해야 한다. 교육과정의 구조를 목표와 내용, 방법, 평가로 나누어 이야기할 수 있고, 자율재량권을 확대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면 정부에서는 내용과 방법, 평가를 수단으로 하여 최종적으로는 교육목표 달성만을 관리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거꾸로 수업일수까지 교육과정기준에서 통제하려는 것은 매우 졸렬한 방안일 수밖에 없다. 편제와 지침 등 총론을 대강화하여 현장의 자율재량권을 확대하는 한편 이에 따르는 책무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책무성 강화는 각 교과교육에서 성취해야 할 목표를 분명히 하는 각론의 상세화를 통하여 가능할 것이다.

                                                                              - 공청회 자료집, 78~81쪽.

 

 

아무도 호응하지 않던, 빙그레 웃고는 그냥 넘어가던 그 주장이 지난 5월 1일,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자율화 방안(시안)’의 첫 번째 자율화 방안으로 제시되었습니다. 보셨겠지만, 다음에는 교과부의 그 시안을 옮겨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추신 : 그 후 교과부에서나 어디에서 이 방안의 적용을 위해 어떤 협의 요청이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아무런 요청이나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던 이 안이 누구에게서 나왔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이런 제안에 대한 저작권은 없는 것일까요?

 


1) The curriculum is mirror that reflects America's dreams for its next generation. It is through the school curriculum that American's attempt to translate their values into reality. Therefore, no area of this nation's schooling has such a difficult, complicated, and dramatic history as the school curriculum. -- Arthur K. Ellis, James A. Mackey, Allen D. Glenn,『The School Curriculum』(Massachusetts : Allyn and Bacon, 1988), p.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