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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과외공화국’에서 교육이 할 일(경기신문080304)

by 답설재 2008. 3. 4.

 

 

  지난 2월 22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사교육비 20조4백억원(국가예산 157조원의 13%)에 대해 한 신문은, 우리나라는 이제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과외공화국’이라고 표현했다.

  조사결과를 개관하면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그 시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초․중․고 학생의 77%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2만2천원이므로 학생 1명이 고등학교까지 졸업하는 데는 평균 3350만원의 사교육비가 들어가고 있다.

 

  다음으로 지역별, 부모 학력, 가구 특성별로 차이를 보인다. 서울의 경우 1인당 월평균 28만4천원으로 읍․면 학생 12만1천원의 2.3배였고, 부모가 중졸일 경우의 사교육 참여율이 50%정도인 반면 대졸이상일 경우 90%에 가까웠으며, 월평균 소득이 700만원 이상인 경우와 100만원 미만인 경우의 월 평균 지출액이 각각 46만8천원, 5만3천원이었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 비중이 높다. 중학생 75%, 고등학생 55%에 비해 초등학생은 89%가 사교육을 받고 있어서 총 사교육비 20조4백억원 중 초등학교가 10조2천억원, 중학교가 5조6천억원, 고등학교가 4조2천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또 초등학생 61%, 중학생 15%, 고등학생 10%가 예체능 사교육을 받고 있고, 어학연수나 논술과외도 초등학생이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다(각 1.4%, 15.2%).

  사교육 결정은 대부분 어머니가 결정하고(68.8%), 그 다음이 본인(23%), 아버지(7.3%) 순이었으며, 학벌중시 풍토, 대학 서열구조, 자녀 기대수준 상승, 특기적성교육 부족 또는 특목고 진학, 수능과 논술 위주의 대입, 내신, 대학선발 경쟁 심화 등이 사교육의 주요원인이었다.

 

  우리는 정부에서 모처럼 공식적으로 실시한 이 조사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치중하여 부정기적으로 각 연구기관을 통해 발표된 조사결과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응답한 23%의 학생에 대한 분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교육의 수준이나 품질을 언급할 수 없으므로 결코 “이제는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이 유효하지 않다”는 섣부른 판단을 할 수는 없다. 또 그동안 정부에서 집중적인 투자를 해온 ‘방과후학교’의 특기적성교육 효과를 검정할 수 있는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지적되어야 한다. 특히 ‘방과후학교’에서의 특기적성교육은 대도시의 학교는 물론 농어촌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 사교육의 비중은 너무나 방대하며 그것도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이 시점에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이명박정부에서는 초․중등교육에 관한 한 각 지역 교육청에서 기본정책 수립과 집행을 거의 전담하게 되었으므로 이러한 사교육 현실을 각 지역의 수준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합리적인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는 의식을 현실화하면 ‘방과후학교’는 학부모가 담당해야 하는 학생관리 시간을 더욱 알차게 줄여나갈 수 있다.

  사교육에 대한 관점을 바로잡을 수 있는 학부모교육․사회교육도 필요하다. 공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논의가 필요 없는 기본이다. 걸핏하면 T/F팀이나 만들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하여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큰소리치던 옛 교육부의 구태의연한 방법을 탈피하여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실태조사와 그 실태에 따른 본질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사실은 특별대책반 같은 걸 만들어서 대처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일시적으로 국민을 안심시켜보려는 한심한 짓이다. 사교육은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고 어느 한군데를 건드려서 방향이 바뀌거나 축소될 현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행정은 우리 교육이 전체적으로 수준을 높여나가고 사교육 또한 교육의 본질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그 방향을 바로잡아 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