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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1학년 학부모들께2

‘밥 퍼주는’ 어머니들께 1993년부터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어느 단체에 매달 1만원씩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별것 아니네.’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어 군데 더 내게 되었습니다. 건방지게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천국은 몰라도 연옥 정도는 가겠지’ 그런 생각도 했고, ‘조금 더 생색을 내면 천국도 바라볼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단체에서 한 장애인의 후원자가 되어달라면서 인물사진을 보냈습니다. 말하자면 회비만 내지 말고 시간을 내어 좀 만나기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진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그야말로 사지(四肢)가 비비 꼬인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이걸 어쩌나?’ 싶었습니다. ‘안 되겠다. 도저히 못하겠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회비만 내겠다고 알렸습니다.. 2008. 4. 19.
1학년 학부모님께- 외손자의 입학을 지켜보며 저에게는 둘째딸이 낳아준 외손자가 있습니다. 그 애도 오늘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제 부모와 있을 때는 '그놈의' 잔소리 때문인지 제법 말도 잘 듣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하다가도 제게만 오면 그만 '엉망'으로 헝클어지고 맙니다. 우선 우리 내외에게는 존대어 반 반말 반이고, 도대체 스스로 하는 일이 없습니다. 현관에서는 신발부터 벗겨주어야 하고, 옷도 벗겨주어야 하고, 밥도 먹여주어야 하고, 화장실도 동행해야 하고 -자다가는 페트병 자른 것이 그 애의 화장실입니다- 그 외의 모든 일도 그렇습니다. 하다못해 제 어미가 한마디만 하면 아무것도 살 수 없지만 저와 함께 가게에 가면 이것저것 꼭 사야하는 물건이 참 많습니다. 예를 들어 그 애의 방은 크고 작은, 수많은 종류의 입니다. 그래도 제게는 이른바 '세.. 2008.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