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3 어떤 책을 읽혀야 할까? (2025.1.24) 옛 얘기가 되었다. 학교보다는 스스로 읽은 책에서 더 많이 배웠다는 그 교육부장관이 시중의 좋은 책을 골라 초중고별 권장도서로 정하자고 했다. 그런 목록을 정하고 있는 나라의 교육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자 누군가 이름난 책의 경우 번역본이 수십 권씩이라고 했고, 그렇게 유명한 책이 분야별로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데다가 그 많은 책을 누가, 언제까지, 어디서, 어떤 기준으로 읽어서 분석·선정하고 어떤 형태의 목록을 만들어야 할지 암담한 일이 되었다. 장관 측에서는 이미 필독·권장 도서를 정하고 있는 사례를 들어 각 학교에서도 잘하고 있는 그 작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관련 회의에 초대된 출판사 대표들과 원로작가들도 이구동성 실현되면 좋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 2025. 1. 24. 암기의 한계 (2024.11.28) 1990년대 초 소설 『개미』 『타나토노트』 등으로 우리나라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기 시작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후로도 여러 작품을 발표하면서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베르베르의 인기가 높은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가 암기하기에 딱 좋은 온갖 지식이 소설 속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평론가들은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 독자들이 현실 혹은 실제상황을 방불케 하는 그의 공상·상상의 세계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는 암기를 싫어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려워서 그 걱정을 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데, 선생님들이 늘 뭔가 외우라고 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수능.. 2024. 11. 29. 모자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요?(2019.5.30) 《밤이 선생이다》(황현산)라는 책 속 이 일화에는 아직 학교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와 그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방문교사가 등장한다. "다음 그림에서 모자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 물음 아래 책을 읽는 사람, 모자를 쓴 사람, 낚시질을 하는 사람 그림이 나란히 제시되어 있다. 문제를 읽은 아이가 손가락으로 모자를 쓴 사람을 짚어주면 된다. "이 사람이에요!" 틀릴 리가 있을까? 결과를 확인하기 민망할 정도로 뻔하다. 문제를 읽을 수 있다면 그걸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왜 그런 문제를 출제하는 것일까? 묻고 답하기 훈련의 필요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일단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반문했다. "내가 어떻게 모자 쓴 사람 이름을 알겠어요?" 이번엔 .. 2019. 5.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