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택리지3

산 바라보기 ♬ 둘째 딸이 주말에 열차를 타고 다녀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내외가 시골에 산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습니다. 모처럼 열차를 탔으므로 한가로이 차창 너머로 전개되는, 그것도 이 겨울 눈 덮인 산을 관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부자들 별장처럼 이곳보다 더 멀리 떨어진 시골에 허름한 집이라도 한 채 마련했으면 좋겠지만, 다 틀린 일이니까 내 처지엔 시골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 여기가 '딱'이야." 이중환이 『택리지擇里志』(李重煥 著 / 李翼成 譯, 『擇里志』乙酉文化社, 1981, 7版)에서 주장하고 싶었던 것은, '복거총론(卜居總論)'의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대저 살 터를 잡는 데에는 첫째 지리(地理)가 좋아야 하고, 다음 생리(生利)가 좋아야 하며, 다음 인심(人心.. 2013. 1. 30.
李重煥 『택리지(擇里志)』Ⅱ 李重煥 『擇里志』 李翼成 譯, 乙酉文化社, 1981 - 그러면 어디에서 살아야 하나 - Ⅰ 이중환의 『택리지』는 우리나라 곳곳의 지리(地理)와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 등에 대한 박물지(博物誌) 혹은 살 만한 곳을 찾을 수 있는 '매뉴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자신의 분통 터지는 내면을 밝힌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인심이 고약해진 이유에 대해 사색당쟁(四色黨爭)을 들고, 그 진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습니다. 24세에 과거에 급제하여 김천도찰방(金泉道察訪)을 거쳐 병조정랑(兵曹正郞)으로 봉직하였으나, 영조(英祖) 원년(1725)에 형을 네 차례나 받고 이후 '동서로 유리(流離)하면서 비참하게 지냈으므로' 그러한 심정으로 살만한 곳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책의 발문(.. 2012. 3. 8.
李重煥 『택리지(擇里志)』 어떤 곳으로 이사 가야 할까? 李重煥 著 『擇里志』 李翼成 譯, 乙酉文化社, 1981 Ⅰ 이중환은 『택리지(擇里志)』 「총론(總論)」에서 이렇게 한탄했다(271). 사화(士禍)가 여러 번이나 일어났다. 명망이 없으면 버림을 당하고, 명망이 있으면 꺼림을 받으며, 꺼리면 반드시 죽인 다음에 그만두니, 참으로 벼슬하기도 어려운 나라이다. 아아, 사대부가 때를 만나지 못하면, 갈 곳은 산림(山林)뿐이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지금은 그렇지되 못하다. …(중략)… 조정에 나아가 벼슬하고자 하면, 칼·톱·솥·가마 따위로 정적(政敵)을 서로 죽이려는 당쟁(黨爭)이 시끄럽게 그치지 않고, 초야(草野)에 물러나 살고자 하면, 만첩 푸른 산과 천겹 푸른 물이 없는 것은 아니건마는 쉽게 가지도 못한다. 또 맨 끝에선 이렇게 썼다. 이 치우.. 2012.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