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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코로나5

학교는 정말 왜 가는 걸까? (2022.6.23) 학생들은 왜 학교에 가는 걸까? ① 딱히 갈 데가 없어서 ② 꼬박꼬박 가라고 부모가 닦달을 해서 ③ 교장과 담임이 기다려서 ④ 교육은 4대 의무 중 하나라는 건 다 아는 사실 아닌가? ⑤ 졸업장이 있어야 뭘 할 수가 있으니까 ⑥ 점심을 제공하니까 ⑦ 친구들을 만나러 ⑧ 자꾸 가면 무슨 수가 날 수도 있으니까 ⑨ 장차 꿈을 이루어 부모 은혜에 보답하려고 ⑩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고… 답이 있을까?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 극성을 부리던 코로나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전면등교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꼭 학교에 가야 하나?’ 누군가 갖고 있지 싶은 그 의문, 사실은 우리가 진지하게 대답해야 마땅한 그 물음의 진정성을 부각시켜보려고 객쩍은 답들을 열거해보았다. 지금 의문을 갖고 있는 그 학생이 바라는 혹은.. 2022. 6. 24.
코로나 3년째, 아이들 바라보기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하필이면 세상에서 제일 높은 히말라야산맥의 고원, 오지 마을 라다크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GNP와 같은 단순한 척도로써 행복을 찾으려고 하면 인간은 영원히 경멸당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우리가 돈만을 중시하는 관점에 매몰되면 이웃과 자연에 대하여 마침내 자신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것을 나지막하게 그러나 더할 수 없이 간곡하게 전하면서 교육에 대한 불변의 가르침도 제시하고 있다. 라다크 교과서는 인도 교과서를 베낀 것인데 그 인도 교과서도 실은 유럽 교과서를 베낀 것으로 라다크 학생들의 행복과는 관계가 먼, 엉뚱한 내용이라는 걸 지적하고 있다. ‘소남이란 아이의 교과서에는 런던이나 뉴.. 2022. 4. 1.
아름다움 혹은 행복, 사랑, 생명 같은 단어들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란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소설 《달과 6펜스》(서머싯 몸)에서 본 말입니다(민음사, 2013, 191). 그러고 보면 젊은 시절에는 '아름답다'라는 말을 좀처럼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뭐랄까, 마음에 두었던 오로지 그 한 명의 소녀만 아름다워서 다른 걸 보고, 가령 길가의 민들레에게조차 그 말을 사용한다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사랑은 말할 것도 없었고, 행복이란 것도 그랬습니다. 행복, 어떻게 그 가득한, 벅찬, 난해한 말을 내 이 누추한 생에 갖다 대겠는가, 앞으론들 감히 그럴 수 있겠는가 싶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하면서 손님들이 찾아와 내가 어떤 인간인 줄도 모르고 자기네들 같은 줄 알고 "행복하라"고 했을 때 나는 정말 매우 당황했습니다. 댓글 달고 답글 다는 시간을 단.. 2020. 12. 3.
"나를 위에서! 상대를 위에서!" # 나는 코로나 전에도 나는 웬만하면 마스크를 쓰고 다녔습니다. '뭐 저런 사람이 있을까?'('곧 죽을병에라도 걸렸나?') 싶어 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했습니다. '죽다 살아나서 면역력이 떨어져 봐라. 감기 걸린 사람이 옆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바람만 불어도 너도 걸린다.' # 코로나가 왔고 마스크를 써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무슨 사정이 있어서 쓰지 않은 사람이 보이긴 해도 대부분 쓰고 다녔습니다. 쓰지 않은 사람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마스크 쓴 얼굴을 보는 것이 일반화되는 것 같았습니다. # 그러던 것이 최근 - 코로나라는 괴물이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 너도 나도 마스크를 벗어던졌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번에도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 바닥인.. 2020. 8. 16.
진달래 1 산길에서 진달래를 만나는 이 나날이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처음엔 '또 진달래가 피네' 했습니다. 오늘은 또 생각했습니다. '다 피고 나면 어떻게 하나?' '봄이 다 가면 그때는 그럼 어떻게 하나?' 2 195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득한 그 어디쯤에서 진달래 꽃잎을 따먹고 있으면 입술이 새빨간 사람에게 잡아먹힌다고 했습니다. 내 빨간 간을 내가 보는 데서 꺼내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이지만, 입술 붉은 그 사람은 분명 병자(病者)이니까 성치는 않을 그 몸으로 주춤주춤 다가오면, 미끈거릴 고무신을 얼른 벗어 들고 뛰어 달아나면 그만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진달래 꽃잎 좀 따먹지 않고는 힘이 너무 들었는데, 그렇지만 입술이 퍼렇도록 그걸 따먹어도 배는 점점 더 고팠.. 2020.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