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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코로나 사태4

서영아, 사랑해! 재미있게 지내고 와~ (2021.5.30. 수원일보) 아침 등교 시간에 초등학교 교문 앞에 가보면 학부모들의 간절한 기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서영아, 사랑해!” “좋은 하루 보내!” “교장 선생님께 인사 잘하고~” “여기 있을게, 잘 갔다 와~” “재미있게 지내고 와~” “사랑해!” “많이, 많이 사랑해!”… 정겨운 한 마디에 절대적 사랑과 기대가 배어 있어 따스하고 눈물겹다. 교육자가 아니어도 저 아이들을 지켜주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책무성 같은 걸 느끼게 된다. 주로 초등학교 1, 2학년 부모의 경우지만 자녀가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이라고 해서 다를 수 없을 것이다. 횡단보도를 다 건넌 아이를 불러 굳이 사랑한다고 외치는 어머니, 아이들을 맞이하는 교장 선생님이 보이자 저만큼 걸어가는 아이에게 인사 잘하라고 부탁하는 어머니… 총총 멀어져 간.. 2021. 5. 30.
이쯤에서 그만 입추(立秋)? S그룹 사보에서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방법-다산 정약용의〈소서팔사(消暑八事)〉'를 읽었다. 1. 송단호시(松壇弧矢)·소나무 언덕에서 활쏘기 2. 괴음추천(槐陰鞦遷)·느티나무에서 그네 타기 3. 허각투호(虛閣投壺)·빈 집에서 투호 놀이 4. 청점혁기(淸簟奕棋)·돗자리에서 바둑 두기 5. 서지상하(西池賞荷)·서쪽 연못의 연꽃 구경 6. 동림청선(東林聽蟬)·동쪽 숲에서 매미 소리 듣기 7. 우일사운(雨日射韻)·비 오는 날 시 짓기 8. 월야탁족(月夜濯足)·달밤에 발 담그기 이 형편에서 내가 적용해 볼 만한 걸 찾다가 올여름의 성격을 생각했다. 기상청은 더위가 길고 극심할 것으로 예고했다. 그 예고를 두어 차례 들었고 그때마다 열대야가 한 달 이상 지속된 재작년 여름을 떠올리며 두려워했다. 코로나 19로 .. 2020. 8. 5.
속절없는 나날들 지켜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는 줄은 잘 압니다. 이곳에 눈이 내리던 저 날만 해도 사태는 시작에 불과했고 이런 상황일 줄은 몰랐습니다. 남은 게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정말 뭔가 좀 해야 할 처지인데 오늘도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저렇게 재깍거리고 똑딱거리는 시계가 원망스럽습니다. 이 방에만 해도 세 개인 시계가 우습게 보입니다. 뭘 하겠다고 시계를 모아 두었을까? 시계가 여러 개이면 시간을 조절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내 시간이 좀 늘어나기라도 할 줄 알았던 걸까? 변함없이 저렇게 재깍거리고 똑딱거리는 저 시계를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안부 전화로, 자랑처럼,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던 K 교수가 '알파고'처럼 느껴집니다. "시간을 정복한 사나이 .. 2020. 4. 15.
나를 서럽게 하는 '코로나 19' 밖에 나가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앙증맞은 여자애와 아름다운 '엄마'가 서 있었는데 내가 나타나자 엄마가 아이를 저쪽으로 감추었습니다. 그들이 올라가고 난 다음에 따로 탈까 하다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싶어서 뒤따라 타버렸습니다. 유치원생 아니면 초등학교 1학년쯤으로 보이는 그 여자애가 잠시를 참지 못하고 몸을 흔들어대다가 내가 있는 쪽으로 기우뚱하자 몇 번 주의를 주던 엄마가 그만 사정없이 '홱!' 잡아챘습니다. 내가 서 있는 쪽의 반대쪽으로 낚아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었습니다. 전철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노숙자 냄새 때문에 일어선 일이 있었습니다. 그 노숙자가 생각났습니다. 그 엄마가 밉지는 않았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코로나 바이러스 사진(그림)은 어째.. 2020.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