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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나를 서럽게 하는 '코로나 19'

by 답설재 2020. 2. 27.

 

내 친구와 그 친구의 친구

 

 

 

밖에 나가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앙증맞은 여자애와 아름다운 '엄마'가 서 있었는데 내가 나타나자 엄마가 아이를 저쪽으로 감추었습니다.

그들이 올라가고 난 다음에 따로 탈까 하다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싶어서 뒤따라 타버렸습니다.

유치원생 아니면 초등학교 1학년쯤으로 보이는 그 여자애가 잠시를 참지 못하고 몸을 흔들어대다가 내가 있는 쪽으로 기우뚱하자 몇 번 주의를 주던 엄마가 그만 사정없이 '홱!' 잡아챘습니다. 내가 서 있는 쪽의 반대쪽으로 낚아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었습니다.

 

전철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노숙자 냄새 때문에 일어선 일이 있었습니다. 그 노숙자가 생각났습니다.

 

그 엄마가 밉지는 않았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코로나 바이러스 사진(그림)은 어째 섬찟해서 보기조차 싫었습니다.

'저렇게 생겼단 말이지?'

 

'코로나 사태'는 곧 진정되고 말 것입니다.

영영 지속되는 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게 사라지면 나는 우리 아파트 사람들과 더 잘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여자애에게 마음껏 다정하게 대하고―그렇다고 만지지는 말고― 그 '엄마'에게도 점잖고 다정하고 멋있게 인사할 것입니다.

저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 같구나, 생각하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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