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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치매4

리베카 솔닛(에세이)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김현우 옮김, 반비 2022(2016) 부모가 알츠하이머 혹은 치매에 걸렸을 때 함께, 그러니까 24시간 함께 생활해보지 않았으면 그 질환 혹은 환자에 대해, 환자와 함께하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주제넘다. 이건 확실하다. 나는 그렇게 주장한다. 또 그 환자를 마음 깊이 사랑했다는 건 입으로 그렇게 말할 수는 있어도 그게 가능한 일인지 의심스럽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도 의심스럽다고 단정한다. 이 책은 그런 어머니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리베카 솔닛의 어머니는 평생 딸을 못마땅해하고, 시기하고, 불평했다. 리베카는 그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죽은 후 어머니의 삶을 추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2023. 3. 18.
오구니 시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김윤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9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주문을 틀리다니, 이상한 레스토랑이네' 당신은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저희 홀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모두 치매를 앓고 있는 분들입니다. 가끔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부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대신, 어떤 메뉴든 이곳에서밖에 맛볼 수 없는 특별하고 맛있는 요리들로만 준비했습니다. '이것도 맛있어 보이네 뭐, 어때' 그런 당신의 한마디가 들리기를. 그리고 그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기를 간절히 바라 봅니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지원, 면밀한 준비와 단단한 각오로 이 요리점을 이틀간, 그리고 다시 사흘간 연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요리점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2022. 6. 4.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문학동네 2013 아주 아주 무서운 살인자가 자기가 누구인지, 무슨 짓을 한 건지도 모르게 되는, 잊어버리게 되는 이야기다. 대단한 소설이구나 싶었다. 읽지 않고 혹은 잘못 읽고 이야기하는 건 건방지거나 유치한 경우가 될 것이다. 1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까지 나를 추동한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마다 나는 되뇌곤 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7) 첫 장면이다. TV에서 "수의사로 일하다 은퇴한 이후로는 평소 주민들과 접.. 2018. 9. 14.
필립 톨레다노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 필립 톨레다노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 DAYS WITH MY FATHER』 최세희 옮김, 저공비행, 2013 '아버지' '치매' '(부모와) 함께하다' 이런 단어라면 아예 쳐다보기조차 싫을지도 모릅니다. 그 의식에 합리적인 점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좀 과격하게 말하면 "그렇게 해서 망가져 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피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이래저래 많이 망가진 인간입니다. 이 책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함께한 '사진일기' 혹은 '포토 에세이'입니다. 일기(에세이)의 주인 필립 톨레다노는 사진작가입니다. 아버지는 작은 쿠키들을 가슴에 올려놓고 "내 찌찌 봐라!" 하며 웃습니다. 며느리에게 "죽여주는 몸매"라고 칭찬하기도 합니다. '성 폭행'입니까? ……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가 그리운지 .. 2013.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