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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최영미3

김수영 「눈」 이 파일은 가짜입니다. 미안합니다. 10년 전쯤 어느 눈 오는 날 오후, 김수영 시선 《거대한 뿌리》(민음사)와 최영미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시》(해냄)를 보며 이 시 감상문을 썼었는데 일전에 곧 올해의 눈이 내리겠다 싶어서 들여다보다가 뭘 잘못 만져서 그 파일을 잃었습니다. 저녁 내내 앉아 있어도 그 감상문 시작 부분은 떠오르는데 다른 부분은 제대로 기억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유난히 댓글도 많았었으므로 그것도 가슴 아팠습니다. ............................................................................................................................................................. 2021. 10. 27.
최영미 『내가 사랑하는 시』 최영미 『내가 사랑하는 시』 해냄 2012(초판6쇄) 찻집 The Tea Shop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 1885~1972), 정규웅 옮김 그 찻집의 소녀는 예전만큼은 예쁘지 않네. 8월이 그녀를 쇠진(衰盡)케 했지. 예전만큼 층계를 열심히 오르지도 않네. 그래, 그녀 또한 중년이 되겠지. 우리에게 과자*를 날라줄 때 풍겨주던 청춘의 빛도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겠네. 그녀 또한 중년이 되겠지. 넘칠 듯한 찻잔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여인을 뒤에서 지긋이 응시하는 중년 남자들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런데 희한하게도 (한국의 여느 다방에서 목격되듯이) 응큼하거나 추잡하지 않다. 번뜩이는 비유 없이도 성실한 상황묘사만으로 훌륭한 시가 되었다. 계단을 오르듯 하나 하나 언어를 쌓아올려 친근하.. 2016. 2. 19.
김수영 「눈」 눈 『거대한 뿌리』(김수영 시선, 민음사, 1997, 개정판 4쇄)를 꺼내어 「눈」을 찾았습니다. 눈은 살아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마흔일곱에 버스에 치여 죽은 詩人 김수영(1921~1968)은, 웬 일일까요, 자꾸 가슴을 앓다가 죽은 시인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인지 시인은 새벽에 본 하얀 눈 위에 기침을 하다가 나온 가래를 뱉을 수도 있겠다 싶어집니다. ‘마음놓고’. 쿨룩쿨룩 하다가 .. 2009.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