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우3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학고재 1994 Ⅰ 삼청동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경복궁으로 들어가서 역으로 가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에 정부중앙청사에서 근무할 때는 자주 들어가보던 곳이어서 그곳을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안한 '경로우대', 그걸 받아서 검표원에게 보여주며 좀 쓸쓸했습니다. '나는 언제 무료로 전철을 타고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되나?' 그런 생각을 더러 해보았지만, 이제는 '나는 언제 다시 돈을 내고 전철을 타고 돈을 내고 입장하게 되나?'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Ⅱ 궁궐을 마음먹고 구경하자는 것이 아니었고, 그럴 시간을 마련해서 간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교태전, 강녕전, 사정전, 근정전을 훌훌히 지나면서 저 모습들을 살펴.. 2013. 6. 17. 축전 (Ⅱ) 지난해 가을에 ‘전근 축하 전보와 편지’라는 제목으로 쓴 글은 요즘도 더러 읽히고 있는 걸로 보아 ‘축전’은 블로그 독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소재인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난 3월에 고려대학교 최광식 교수를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는 신라사를 전공한 사학자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한 고구려연구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재단 설립·운영의 담당관이었던 나는 그와 자주 만나야 했습니다.그는 매우 소탈하고 선이 굵은 학자입니다. 동북공정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여러 곳에서 강의나 회의 요청이 늘어나자 더욱 바빠져서 잠잘 시간이 부족하다며 승용차를 두고 주로 택시를 타고 다니며 잠깐씩이라도 눈을 붙인다고 했습니다.. 2008. 7. 2. 그리운 숭례문, 그리운 서울남대문 읍내의 중학교에 다닐 때는 하숙이나 자취를 하며 지냈으므로 방학이 되어야 그 시골집으로 돌아가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여름방학에는 농사일도 좀 도왔지만, 겨울이면 마땅히 즐길 거리도 없어 그런 날 밤에는 아이답지 않게 걸핏하면 이 집 저 집 사랑(舍廊)을 찾아다녔다. 어른들 중에는 짚 몇 단을 들고 오는 분도 있었다. 그런 분은 남들이 화투를 치거나 잡담을 할 때 새끼를 꼬면서 이야기에 끼어들고 화투를 치던 사람들이 마련하는 밤참을 얻어먹었다. 그런 밤에 내가 그 사랑에 가서 어른들 틈에 끼어든 것은 그 분위기가 한없이 편하기 때문이었다. 어른들의 잡담은 재미있었다. 어쩌다 서울을 다녀온 사람이 서울역에 내리니까 남대문이 빤히 보이더라고 하면 틀림없이 누군가가 나서서 서울역에서는 절대로 남대문이 .. 2008. 2.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