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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천양희3

천양희 「아침에 생각하다」 아침에 생각하다 천양희 아침에 눈을 뜨면 시를 쓰지 않고는 살아 있는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시를 쓰라는 릴케가 생각나고 나는 시작時作의 출발부터 시인을 포기했다 나에게 시인이 없어졌을 때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김수영이 생각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문학에서의 정치는 연주회장에 울리는 총소리와 같다는 스탕달이 생각나고 우리의 열망이 우리의 가능성이라는 새뮤얼 존슨이 생각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생각은 깊게 생활은 단순하게 하라는 워즈워스가 생각나고 오늘 나는 아름다움에 인사할 줄 안다는 랭보가 생각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는 움베르트 에코가 생각나고 나는 정의를 믿는다 그러나 정의에 앞서 어머니를 옹호한다는 카뮈가 생각난다.. 2023. 10. 22.
「겨울잠」「문득」「고향 외갓집 밤나무 숲」 「겨울잠」 「문득」 「고향 외갓집 밤나무 숲」 『現代文學』 2014년 1월호에서 세 분의 늙은 시인이 쓴 시를 모았습니다. 세 노인의 편안한 시를 다시, 또 다시 읽고 싶어서였습니다. 편안한 것이 이렇게 좋구나 싶어서였습니다. 나도 이렇게 편안하면 좋겠습니다. 그게 욕심이라면, 그.. 2014. 3. 23.
천양희 「단 두 줄」 단 두 줄 천양희 전쟁 중에 군인인 남편을 따라 사막에서 살던 딸이 모래바람과 사십 도가 넘는 뜨거운 사막을 견디지 못해 아버지한테 편지를 썼다 죽을 것 같으니 이혼을 해서라도 집으로 돌아가겠다 이런 곳보다는 차라리 감옥이 낫겠다는 편지였다 딸의 편지를 받아 본 아버지의 답장은 단 두 줄이었다 "두 사나이가 감옥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은 흙탕물을 다른 한 사람은 별을 보았다" 아버지의 단 두 줄은 훗날 딸이 작가가 된 계기가 되었다 단 두 줄의 편지를 소재로 「빛나는 성벽」이란 긴 소설을 썼다 작가가 된 뒤 어느 인터뷰에서 딸이 한 말도 단 두 줄이었다 "나는 자신이 만든 감옥의 창을 통해 별을 찾을 수 있었다" ─────────────── 천양희 1942년 부산 출생. 1965년 『현대문학』 등.. 2013.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