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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처서2

어처구니없이 가버린 여름 입추가 되어도 더위는 여전했지 않습니까? '이러려면 입추는 왜 있는 거지?' 그런데 처서가 되자 거짓말처럼 더위가 물러가버렸고 이불을 덮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이틀 만에 얼른 겨울이불로 바꿨습니다. '이러다가 변을 당하겠네?' 아침 기온이 당장 13도까지 내려가버렸습니다. 거기에 추절추절 비가 내립니다. 이 비가 그치면 결국은 기온이 더 떨어질 것 아닙니까?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엊그제는 여름이었는데 금방 가을을 지나 겨울이면, 계절의 변화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 아닙니까? 누가 이 꼴을 만들어놓았는지, 사람들이 하도 잘난 척하니까 하는 말이지만 이런 현상을 바로잡아줄 사람이 나타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무더위를 괜히 원망했다 싶고, 사람 마음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이렇게 뒤집어질 수.. 2022. 8. 31.
처서處暑 처서處暑 정 양 냇물이 한결 차갑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들이 뒤돌아보는 일 없이 어제도 이렇게 흘러갔었다 흘러가서 아주아주 소식 없는 것들아 흘러가는 게 영영 사라지는 몸부림인 걸 흘러오는 냇물은 미처 모르나 보다 ..................................................................... 정 양 1942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1968년『대한일보』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까마귀떼』『수수깡을 씹으며』『빈집의 꿈』『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눈 내리는 마을』『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나그네는 지금도』등이 있으며, 을 수상한 바 있다. 『현대문학』2008년 11월호 죽어서 무덤을 남기는 경우 말고는 다 되풀이되는 것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2009.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