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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사랑2

책 냄새 1 나는 책 냄새가 좋다. 책갈피에서 피어오르는 냄새가 나는 좋다. 그 냄새 속에는 책이라고는 교과서밖에 없었던 초등학교 때의 내가 들어 있다. 내 책을 내고 싶었던 내가 스며 있다. 나를 두고 가버린 사람들은 갈 때는 뿔뿔이 사라져 놓고 지금은 서로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거기에 모여 있다. "내 생명의 빛, 내 가슴의 불꽃. 나의 죄악, 나의 영혼. 롤리타", 내가 사랑한 소녀도 들어 있다. 소녀는 한결같다. 혼자 있을 때 나는 마음 놓고 책 냄새를 맡는다.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공간에서 쓸데없는 일로 서성거리고 있으면 나는 졸음을 쫓을 때처럼 혹은 졸음을 이기지 못해서 그러는 것처럼 책갈피 속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는다. 책 냄새를 맡는다. 2 나는 책 냄새가 '너무나' 좋다. 잉크 냄새겠지만, .. 2019. 9. 10.
책 냄새 '수석연구위원'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드나들고 있는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은, 건물 5층에 이사장과 사무국장, 과장 등의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고, 4층은 '교과서정보관'입니다. 그 정보관 한쪽에 사무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 방을 드나들며 늘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지금 재단의 목적에 기여하고 있는가?' 교과서정보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 책들이 품어내는 그 냄새를 '향기(香氣)'라고 하고 싶지만 "책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를 향기라니……' 하고 터무니없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므로 '냄새'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필자에게는 싱싱한 빵 냄새나 담배의 향기(47년을 피우고 "끊어버린" 아, 그 담배!), 혹은 커피향처럼 언제나 좋기만 하고 싫증이 나지를 않는 냄새지만, 사무실을 .. 2012.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