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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채식주의자2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박두순 벌은 원래 육식이었다네 1억 5천만 년 전엔 파리 진딧물 나비 거미를 잡아먹는 육식이었다네 공룡이 들끓어 좁아진 육식의 자리 견디지 못해 육식을 그만 포기했다네 꽃가루받이 택배 대가로 꿀을 얻어다 새끼를 길렀다네 그게 편해 채식주의로 바꾸었다네 그보다 채식주의자가 된 다른 이유가 있었다네 꽃을 사랑했다네, 아주 열심히 채식주의자가 된 진짜 원인은 그것도 아니라네 꽃 몰래 향기를 훔쳐가는 거라네. * 조선일보 2021년 3월 20일 자 기사를 바탕으로 쓴 것임. 《시와 소금》 vol.38 여름호에서 시인은 아무래도 종이 다릅니다. 정년퇴임하고,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꿀벌 치는 거나 배워두었더라면...' 했던 일이 생각나고 시청 방향 왼쪽으로 보이는 절 입구 산비탈에서 벌을 치기 시.. 2021. 6. 10.
한강 『채식주의자』 한강1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창비, 2016(초판28쇄) 영혜는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고 도저히 고기를 먹을 수 없게 하는 꿈2을 꾸었다. 그렇지만 최소한 '채식주의자'가 아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듯한 세상에서 남편은 물론 그 누구도 그녀의 '채식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피폐해진다.(「채식주의자」). 미술을 하는 형부(언니 인혜의 남편)의 예술혼이 그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하여 불붙게 된다. 아내로부터 영혜에게 몽고반점이 있다는 말을 들은 다음이었다.3 두 사람은 몸에 꽃을 그리고 그 '꽃들의 교합'인양 영혼을 불태운다.4 '몰상식'한 일을 벌인 남녀니까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밀려나게 된다(「몽고반점」). 남편을 버린 인혜는,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동생.. 2016.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