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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찰스 부카우스키4

"죽음은 져야 할 짐이고…" 찰스 부카우스키(Charles Bukowski)에 관한 기사를 봤습니다.1 거친 삶과 가식 없는 문체로 유명한 그는 묘비에 '애쓰지 마라(Don't Try)'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나 참, 이런 엉터리가 있나 싶지만 때론 그럴 것 같기도 합니다. 노동자 아버지가 "불 꺼!" 하고 소리를 질러서 침대 시트 속에 전등을 넣고 책을 읽다가 시트에 불이 붙은 적도 있을 정도였는데 대학을 중퇴하고 첫 단편을 발표했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아서 날품팔이 잡역부, 철도 노동자, 트럭 운전사, 경마꾼, 주유소 직원, 우편집배원 같은 일을 전전하며 살았습니다. 얼마나 술을 마셔댔던지 어느 날 입과 항문으로 피를 분수처럼 쏟아냈답니다. 쉰 살 때 돌연 "우체국 의자에 앉아 죽고 싶지 않아!"라며 사표를 내고 타자기를 구해서 .. 2018. 1. 7.
철학, 철학자 철학, 철학자 충돌한 차들이 죄다 잿빛으로 보였다. 묘하다. 철학자들이 이전의 개념과 이론을 해체하는 방식을 난 좋아한다. 그 해체 작업은 수세기에 걸쳐 이어져 왔다. 아니, 그런 식이 아니야, 이런 식이지, 라고 철학자들은 말한다. 그렇게 계속 이어져나가는데, 이 이어져나감이 매.. 2017. 11. 10.
70대의 시간 1 "(…) 여기 주위에서 보는 미국 노인들에게서, 노인이라고 내세우는 것 같은 유난스러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유난스러웠다면 오히려 대하기의 편안함이 그랬다. 그래선지 젊은이들은 노인들에게 기분 좋아질 정도로 깍듯한 것 같다. 나이 들면서 언제부턴가 느릿느릿 걸어야 하면 그냥 그렇게 걸으면 되는 것뿐이다. 마치 다 산 것처럼 행세하는 노인도 못 봤다. 일을 계속하고 싶고 그럴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그냥 쉬고 싶으면 쉬고, 자원봉사도 하고들 그런다. (…)" 《Denver Post》(2017.6.26)의 기사 "Colorado postman’s 60-year tenure on a long, rural route filled with wonder"를 소개한 블로그 《삶의 재미》의 글을 읽었다.(☞ ht.. 2017. 6. 29.
찰스 부코스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언더그라운드의 전설 찰스 부코스키의 말년 일기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Henry Charles Bukowski The Captain is Out to Lunch and Sailors Have Taken Over the Ship(1998) 찰스 부코스키, 로버트 크럼 그림, 설준규 옮김 모멘토 2015 1 경마가 없는 날, 정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게 묘하다. 헤밍웨이1에게 투우가 필요했던 까닭을 난 안다. 그에게 투우는 삶이라는 그림을 끼울 액자 같은 것으로, 자기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를 일깨워주었으리라. 때때로 그걸 우린 잊어버린다. 기름 값을 지불하고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등등에 정신이 팔려서, 대다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준비가 없다. 제 자신의 죽음이건 남의 죽음이건. 사람들에게 죽음은 충격이.. 2017.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