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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지중해의 영감2

여인들, 나의 여인-영혼을 그린 그림 〈검은 타이를 맨 여인〉 1917. 캔버스에 유채. 65×50㎝. 개인 소장. 1 변함없는 충실성, 다시 말해서 변함없이 지속되는 믿음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위대하지 않다.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하는 명상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진정하지 않다. 나는 조각상들의 죽은 듯 표정 없는 눈을, 그 눈에 가득한 그 모든 고독을 생각해본다. 삶에서 멀리 물러나 있는 그 존재들만이 오로지 삶을 판단할 수 있다. 움직일 줄 모르는 그들의 부동성이 우리를 움직여 우리 자신의 밖으로 넘어서게 하고 앞을 보지 못하는 그들의 맹목이 우리의 눈을 밝혀준다. 오이디푸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어 한 곳을 응시하게 한다. 안티고네를 인도하여 그녀가 아테네의 찬란한 빛을 발견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오이디푸스다. 나는 조각상들과 그림들.. 2019. 3. 19.
장 그르니에 《지중해의 영감》 장 그르니에 《지중해의 영감》 김화영 옮김, 이른비 2018 레탕의 산책길에서 나는 자주 뱃머리에 조가비가 박힌, 그 뒤집힌 나룻배의 빛나는 존재에서 위안을 얻곤 했다. 나는 무용한 작업의 시간들을, 생산적인 게으름의 시간들을, 배움에 바쳐야 했을 시간들을, 그리고 망각에 기울여야 했을 시간들을 생각했다.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알 수 없다면 행동하는 것과 아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하나씩 하나씩 쌓아올린 지식들이 오히려 우리 눈앞의 진정한 지식을 가린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무용한 것을 배우고 우리와 관계없는 '뉴스'들을 알게 된다. 자기 안에 오래 지속하는 어떤 존재를 품고 있으면서 우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진다니,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25~26) 1990년대 초에 번역되었던 『시지프.. 2018.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