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죽음에 이르는 병4

나이드는 것 병드는 것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늙고 병드는 것에 대한 생각이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나이가 많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더' 혹은 가능만 하다면 오래오래, 그러다가 이 세상이 생긴 이래 유일한 사례로 영영 죽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저의 본능일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한때의 저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젊은이가 이 세상에는 한두 명? 글쎄요., 몇 명일지는 모르지만 전혀 없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오만방자한 생각을 할 때는 죽음이란 주변의 문제이지 결코 저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성적으로는 요양원까지는 가지 않고 조용히, 가족들이 아직은 아니라고 할 때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확실히 노쇠와 사망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어서 남의 일로만 .. 2021. 7. 15.
우리는 왜 아플까? 두 가지 경우 사람이 늙어서 자연사(自然死)하지 못하고 병들어 죽게 되면, 분명히 다음 두 가지 경우 중 한 가지에 해당할 것입니다. 즉, 한 마리 파리가 그의 몸 속에 침입했거나 어떤 사건이 벌레가 되어 그의 마음을 침식해버리는 경우입니다. 아! 꼭 죽어버리는 경우만이 아니고, 아직 멀쩡해도 괜찮을 나이에 병이 들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런, 남을 병들게 하는, 남을 병들어 죽게 하는, 한 마리 벌레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을 병들게 하거나 죽음으로 몰아넣는 파리나 벌레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1. 한 마리 파리 때문에 죽어간 톰슨가젤의 경우 톰슨가젤 한 마리가 이상하다. 자유롭게 풀을 뜯는 다른 동료와 달리 놈의 몸이 자꾸 왼쪽으로 기.. 2012. 8. 12.
프란츠 카프카 『변신』 Ⅱ 프란츠 카프카 『변신·시골의사』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09 만약, 내일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자신이 한 마리 벌레가 되어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프란츠 카프카는 충분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변신』이라는 소설에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소설에는 아무리 뜯어봐도 전혀 비논리적이거나 허황된 설명을 한 부분이 없습니다. 외판원 그레고르 잠자라는 인물은, 어느 날 아침 자신이 한 마리 벌레, 거대한 새우1처럼 등은 껍질로 되어 있고 수많은 발이 돋아난 그런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럴 수가 있을까?' 싶다면, 전혀 거짓이 아니라는 걸 이 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 지난번에 좀 인용했으므로 이번에는 여동생 그레테가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보십시오. 누이.. 2012. 3. 18.
나는 당신에게 장미향수를 주었건만 당신은 내게 독을 주었네 그(녀)가 내게 독(毒)을 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알고 보니까 장미향수였다면, 고전적이면서도 교훈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또 장미향수를 받은 사람에게는 감동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장미향수를 주었으므로 상대방도 내게 장미향수를 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독이었다", 그런 일도 있을 것 같다. 아니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지난번에(아, 이런... 이미 3개월 전이네!) 『우리에게도 더 좋은 날이 되었네』를 얘기한 그 음반에는 「당신이 마실 장미향수를 주겠네」라고 표시된 것이, 다른 음반을 찾아봤더니「나는 당신에게 장미향수를 주었건만 당신은 내게 독을 주었네」로 표시되어 있는 걸 봤다. ① '당신이 마실 장미향수를 주겠네.' ② '나는 당신에게 장미향수를 주었건만 당신은 내게 독을 주.. 2011.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