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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존 쿳시2

"나도 한때는 새것이었네" 모처럼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을 굶고 가서 채혈을 했고 러닝머신에 올라가서 걷고 뛰어야 하니까 빵과 커피로 아침을 때울까 싶어서 그걸 샀지만 내키지 않아서 차에 갖다 두고 네 가지 검사를 더 받았습니다. 모처럼이었으므로 그동안 변한 것도 있어서 질문을 해야 할 것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친절합니다. 그렇다고 "참 친절하시네요" 하면 의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노인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뭐지?' 친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뭘 물으면 간단히 대답하면 될 걸 가지고 아예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걸 보면 '노인이라고 이러는구나' 싶지만 끈기 있게 듣습니다. 그렇게 어린애에게 설명하듯 하는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세요" 하거나 "나는 이 병원 십삼 년째 드나듭니다"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2021. 7. 4.
존 쿳시 《슬로우 맨》 존 쿳시 J. M. Coetzee 《슬로우 맨 SLOW MAN》 왕은철 옮김, 들녘 2009 1 프랑스 태생 폴 레이먼트는 오스트레일리아로 귀화한 늙은이입니다. 이혼을 해서 혼자 지냅니다. 그 서글픈 늙은이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에 들이받혀 한쪽 다리를 무릎 위까지 절단당한 비참한 상황에서 그를 간호하러 오는 마리야나 조키치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사진사라고 되어 있을 뿐 특별할 것이 전혀 없는 노인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가며 갖은 수단을 동원하지만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삶이란 본래 그런 것이 아닐까요? 행운이 어디 그리 흔하겠습니까? "그 다음이라뇨? 일요일 다음에 말인가요? 일요일 다음에 더 이상 뭔가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일요일은 조키치 부인을 포함해서.. 2017.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