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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장강명2

장강명 〈한강의 인어와 청어들〉 장강명 〈한강의 인어와 청어들〉 《現代文學》 2019년 11월호 58~83 1 소설의 성격은 참 묘한 것 같았습니다. 뭔가를 가르치려는 기색이 보이기만 하면 정나미가 떨어집니다. 아무리 급하고 긴요하다 해도 소설에서까지 뭔가를 배우고 싶진 않은 것입니다. 일찍이 형편없는 인간인 걸 알아차린 아내가 두어 번 "책을 그렇게나 읽으면서 생각이나 하는 짓거리는 어째 그 모양이냐?"고 힐난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억울하기만 했습니다. 철학, 역사, 과학 같은 것이, 특히 남녀 간의 사랑 같은 걸 재미있게 써놓은 소설 나부랭이가 내 행동이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칠 리가 없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억울해서 아내의 그 핀잔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억울하다고 하지 그랬느냐고 하겠지만, 그건 하.. 2019. 11. 10.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소설 『한국이 싫어서』 민음사 2015 Ⅰ 퇴임 직후에 정장(正裝)을 다 내다버렸습니다. 41년을 입었으니까 그만 입어도 좋을 것이었습니다. 벌거벗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허술하지만 편안한 옷들입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렇게 입고 다니면서 백화점이나 식당, 온갖 가게, 하다못해 택시기사나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홀대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같잖은 것들……' 하고 말면 그만이지만 때로는 울컥 화가 치솟으면서 자신도 결국 '같잖은 인간'이라는 걸 나타냅니다. "저―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 있습니까?" 전철 환승역 책 가게를 지나다가 가게 주인인 듯한, 노트북에 눈을 박고 있는 여인에게 물었습니다. 그녀는 대답은 미루고 아래위를 훑어보더니 역겹다는 표정으로 되묻습니다. "하안국이 싫어요오?".. 2015.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