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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일의 기쁨과 슬픔2

전문가들의 시대 혹시 만물박사가 사라진 것에 슬픔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시대가 특정한 업무, 가령 역청의 보관이나 배에 화물을 선적하는 컨베이어의 건설 같은 업무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장인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슬픔이 좀 덜어질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인체의 간 효소의 활동만 연구하는 의대 교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나 또는 세상의 학자들 가운데 수백 명은 오로지 프랑크족 역사 중에서도 메로빙거 왕조 후기만 연구하면서 그 결과를 튀빙겐 대학 인문학부에서 발간하는 학술 정기간행물 《중세 고고학》에 발표한다는 사실처럼,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알랭 드 보통이 쓴《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읽었다(23~24).그런 전문가들을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고? 무슨 위로?고색창연한 연구실에 들어앉아서.. 2024. 12. 1.
알랭 드 보통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일의 기쁨과 슬픔》정영목 옮김, 이레 2009       현대 세계의 큰 도시 하나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상상해보자. 가령 몹시 흐린 10월 말의 어느 월요일에 런던을 가로지른다고 해보자. 런던의 유통 센터, 저수지, 공원, 영안실 위를 날아간다. 런던의 범죄자들과 대한민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보일지 모른다. 파크 로열의 샌드위치 만드는 공장, 하운슬로우의 항공사 기내식 공급 시설, 배터시의 DHL 배달 창고, 시티 공항의 걸프스트림 제트기, 스머글러즈 웨이에 자리 잡은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호텔의 청소 수레를 보라. 사우스 워크 파크 초등학교 식당의 시끌벅적함과 임페리얼 전쟁 박물관 대포의 소리 없는 포성에 귀를 기울여보자. 운전 학원 강사, 계량기 검침원, 머뭇거리며 불륜을 저지르는 사.. 2024.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