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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일생3

"사람의 일생은 대체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람의 일생은 대체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유종호, 「산등성이의 남향 참호」 『현대문학』 연재 《회상기回想記-나의 1950년》 제10회(2015년 10월호, 206쪽). "한국 인구에 다섯을 기여한 뒤 심장마비로 4·19 나던 해 쉰이 채 안 된 나이로 세상을 뜬 작은이모의 전성시대"를 이야기하며. 나의 어머니도 마흔여덟에 세상을 떠났다. 그 죽음은 죽어서도 흔들렸다. 나도 따라 흔들렸다. 2022. 2. 20.
시계 고치기 1 대개 여기저기서 선물 받은 것들입니다. 나도 저것들도 결국 허접해졌습니다. 나처럼 처음부터 허접한 것도 있었습니다. 허접한 나는 일쑤 허접한 그것들을 만집니다. 건전지를 갈아 끼우거나 0점 조정하듯 시간을 맞추고 게으름을 피운 침이 있으면 강제로(시침이 게으름을 피웠다면 분침을 붙잡아 고정시킨 채로) 좀 돌려주는 정도입니다. 건전지만 갈아 끼우면 되는 시계인데도 추가 달려 있으면 수평도 잡아줍니다. 기껏 그 정도지만 누가 보면 '이상하네. 허접한 사람이 저걸 고치네' 할 것입니다. 곤혹스러운 일은 시계 고치는 꿈을 꾸는 것입니다. 꿈속에서는 결코, 단 한 번도 시계를 고쳐놓은 적이 없습니다. 꿈이 시작되면 ‘아, 또 이 일이 벌어졌구나!’ 생각합니다. 가만 두었는데도 부속품들이 와르르 쏟아져 산산이 .. 2020. 6. 25.
세 월 (Ⅰ) : 나의 일생 살다 보니까, 산다는 것의 리듬이, 생각 없이 자고난 겨울날 새벽 창밖에 쌓인 눈의 경이로움 같은 것으로 느껴질 때도 있기는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겨울이 와도 그만이고 가도 그만이고, 그래서 플라타너스 -가로등을 배경으로 서 있는 봄날 초저녁의 그 싱그러운 자태- 를 보아도 별로 생각나는 것도 없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어느 날 이번에는 여름이 와도 그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앞산의 온갖 푸나무가 초록을 넘고 넘어 숨차도록 푸른데도 동해 - 그 그리운 바닷가에 갈 일이란 전혀 없어져버리고, 그 다음에는 가을이 와서 낙엽이 지고 겨울이 오는 거야 너무도 당연하여, 추억에 젖어 ‘사계(四季)’나 ‘무언가’(無言歌, 멘델스존) 그런 음악을 들어보는 일도 우습고 웬지 좀 부끄럽기도 하고 차라리 시시하게 .. 2008.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