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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인간이란 무엇인가4

나는 왜 아플까? 심장병이 걸려 응급실에 실려가고 두 차례 핏줄도 뚫고 했다는 걸 주변에서 알게 되고, 무슨 자랑거리나 생긴 것처럼 "이렇게 지낸다"며 이 블로그에 쓰고, 그렇게 지내다가 내 건강을 기도한다는 사람도 만났습니다. 기도? 나를 위해? 놀라웠습니다. 우선 나는 정말 기도를 필요로 하는가, 공연한 일 아닌가 싶었습니다. 절실하면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도 흔히 기도를 하게 된다는 것도 알고는 있고 쑥스럽지만 간절히 기도한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라는 걸 오십 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 단 하루이틀만이라도 말미를 달라는 기도를 하며 직접 확인해 본 적도 있었습니다. 구태여 효과를 바라지 않거나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기도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기도를 한다고 해서 그.. 2021. 2. 21.
〈가혹한 소년들〉 〈가혹한 소년들〉 이런 우리를 누가 인간이라고 하겠습니까? 아니 사실 우리는 인간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므로 고아원 선생들이 우리를 매일 두들겨 팼던 건 당연했는지도 모릅니다. 짐승은 짐승처럼 다뤄야 하는 법입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말없이 맞았습니다. 순종적인 짐승이 되는 것이 우리의 미덕이고,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우리의 얼굴에 침을 뱉으면 고개를 숙이고, 발로 차면 엎드려서 선생님 죄송합니다를 연발했습니다. 왜 죄송한 걸까요? 그들이 때리기 때문에 죄송한 겁니다. 그들이 때리지 않으면 죄송하지 않은 겁니다. (……) 임승훈(소설) 〈가혹한 소년들〉(『현대문학』 2016년 10월호 82~115), 100. 이런 소설을 읽으면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게 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2016. 12. 8.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소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김남주 옮김, 문학동네, 2016(2판18쇄) Ⅰ 감상적으로 보이는 제목을 보고 읽지 않은 책이다. 새들이 왜 먼바다의 섬들을 떠나 리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이 해변에 와서 죽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 새들에게는 이곳이 믿는 이들이 영혼을 반환하러 간다는 인도의 성지 바라나시 같은 곳일 수도 있었다.(12)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스의 레지스탕스에서, 쿠바에서 전투를 치른 다음, 모든 것이 종말을 고하는 안데스 산맥 발치의 페루 해변으로 몸을 피한 자크 레니에도 생각해보면 그렇게 지상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이곳에 와서 죽는 새들처럼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 해변의,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세상 끝에 있는 카.. 2016. 7. 13.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이것이 인간인가』 이현경 옮김, 돌베개 2009 Ⅰ 몹시 굶주려본 사람이 돈을 '왕창' 벌게 되면 그 쓰라린 기억을 되살리며 주변의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게 될까요?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고 싶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인간입니다. 나는 대학입시에 실패한 1966년 한 해에 집에서 쫓겨나 서울과 충남 보령 등지에서 '밑바닥 인생'처럼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었습니다. 특히 정릉 유원지에서는 '최하층'으로 살아봤는데, 그 경험으로 하다못해 식당 종업원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자, 그건 자본주의(돈)의 진가를 모르기 때문이고 마음이 약하기 때문일 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돈은 권력이며 권력은 막강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2010.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