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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이야기2

향기로운 구익부인 제(齊) 나라 구익부인(鉤翼夫人) 조(趙)씨는 아리땁고 가녀린 미인으로 청정함을 좋아했는데 6년 동안 앓아누운 뒤 오른쪽 손이 오그라들었고 음식도 조금밖에 먹지 못했다. 그때 망기술사(望氣術師)가 "동북에 귀인의 기운이 있다"고 해서 조정에서 수소문하여 그녀를 찾아냈다. 무제(武帝)가 그녀의 손을 펴보았더니 옥으로 만든 대구(帶鉤) 하나가 들어 있었고 오그라졌던 그 손이 저절로 펴졌다. 무제가 그녀를 총애하여 소제(昭帝)를 낳았지만 나중에는 권력 문제로 그녀를 살해하고 말았는데 입관한 시체가 차가워지지 않고 한 달 동안 향기가 났다. 마침내 소제가 즉위하여 다시 그녀를 매장하려 했지만 관 속에는 명주 신발만 남아 있었다. 신선 이야기 《열선전 列仙傳》에서 봤습니다(유향 지음, 김장환 옮김, 지식을만드는지.. 2024. 3. 17.
'이야기'의 대가 헤로도토스 매일 아침 수많은 것들이 방송, 인터넷, 신문 등으로 전해지지만 기억의 창고에 들어가지 않는 건 무엇 때문일까? 《서사의 위기》라는 책을 보면, 그런 일들이 이야기가 아니라 정보에 사용되기 때문이란다. 그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벤야민은 역사가 헤로도토스 Herodotos를 이야기의 대가로 예찬했다. 헤로도토스의 이야기하기 예술을 잘 나타내는 예로, 사메니투스 왕 일화가 있다. 이집트의 왕 사메니투스가 페르시아 왕 캄비네스에게 패배해 붙잡혔을 때, 페르시아의 개선 행진을 억지로 지켜봐야 하는 굴욕을 당했다. 붙잡힌 자기 딸이 하녀가 되어 지나가는 광경도 목도해야만 했다. 길가에 서 있는 모든 이집트인이 슬피 우는 동안 사메니투스 왕은 아무 말도 없이 눈을 바닥에 고정한 채 가만히 서 있기만.. 2024.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