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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이민자들3

W.G. 제발트『이민자들』Ⅲ (나는 나의 주인인가?) W.G. 제발트(소설) 『이민자들』 이재영 옮김, 창비, 2008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 내 밀밭은 눈물의 수확이었을 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거의 십 년 전의 이 메모를 꺼내보았다. 이런 기막힌 인생도 있다. 암브로스 아델바르트는 남달리 기품 있는 사람이었다. 1차 세계대전 전에 미국으로 건너가 최상류층 집안에서만 일했으므로 인맥이 많아 고향(독일)에서 온 가족과 친지들에게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구해줄 수 있었다. 유대인들은 독일에서 거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으므로 1차 세계대전 전까지 매년 수십만 명의 유대인들이 맨해튼으로 상륙하여 바워리가와 로우어 이스트 싸이드에 집결했다. 그는 1886년 독일 켐프텐 근처 고프레히츠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는데, 첫 번째 사내아이였다. 그러나 두 살도.. 2022. 1. 2.
W.G. 제발트 『이민자들』Ⅱ - 교사 파울 W.G. 제발트 소설 『이민자들』 이재영 옮김, 창비 2008 - 파울 베라이터 : 어떤 눈으로도 헤칠 수 없는 안개무리가 있다 - Ⅰ 소설 『이민자들』의 네 이야기 중에서 둘째 편은 파울 베라이터라는 아름다운, 독일인 초등학교 선생님 이야기다. 아이들에게는 '모범적인 형처럼, 그들의 일원처럼' 느껴지던 그 선생님이 1983년 12월 어느 날, 막 일흔네 번째 생일을 지내고, 말하자면 그냥 살아도 곧 세상을 떠나게 될 적지 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그의 억울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파울 베라이터는 이런 선생님이었다. 파울의 전임자는 엄하기로 악명이 높던 호르마이어 선생님이었는데, 금지된 짓을 하다가 그에게 적발된 학생들은 몇 시간 동안 모난 장작 위에 무릎 꿇고 .. 2012. 7. 22.
W.G. 제발트 『이민자들』 Ⅰ W.G. 제발트 『이민자들』 이재영 옮김, 창비, 2008 -헨리 쎌윈 박사 : 기억은 최후의 것마저 파괴하지 않는가- 『이민자들』은 네 편의 단편을 엮은 책입니다. 「헨리 쎌윈 박사 : 기억은 최후의 것마저 파괴하지 않는가」 「파울 베라이터 : 어떤 눈으로도 헤칠 수 없는 안개무리가 있다」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 내 밀밭은 눈물의 수확이었을 뿐」 「막스 페르버 : 날이 어둑해지면 그들이 와서 삶을 찾는다」. 그 중 세 편이 유대인들이 독일인들로부터 받은 박해에 대한 기록 형식의 소설입니다. W.G. 제발트가 이 소설을 기록 형식으로 쓴 것은, 독자들에게 이건 진실이라는 것을 절대적으로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기록보다 더 기록적인 소설이 되어서 읽는 내내 '이건 사실은 다.. 2012.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