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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음악감상3

음악이란 어떤 것인가? "저는 독서밖에 할 일이 없습니다." "그건 좋은 일이네요?" 정말 그럴까? 독서가 좋은 일일까? 독서가 좋은 일이라고 평가해준 그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고, 나는 하염없이 독서나 하고 앉아 있는 것이 그에게 마치 무장해제를 시켜주는 듯한 것이어서 그런 반응을 보이게 하는 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너무 팍팍한 해석이겠지? 그럼 독서가 좋은 진짜 이유는 어떤 것일까? # "베토벤이 지금 이 연주회장에 있어요. 그의 영혼이 지금 이 연주회장에 있다면 바로 저 근처에 있을 겁니다. 지휘자가 보여요? 저 사람이 바로 베토벤이에요. 그가 베토벤을 해석할 거예요. 그가 바로 베토벤이죠." "내 하느님에는 이름이 없어요. 베토벤도 내 하느님이 될 수 있죠." 『솔로이스트』라는 실화소설에서 정신분열증을.. 2021. 10. 21.
'현을 위한 세레나데'(차이코프스키) 음악은 어떻게 듣습니까? 정석(定石)이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내 말은, 음악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이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주로 그려보는 장면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입니다. 답답하다고 할까 봐 먼저 이야기합니다. 나는 주로 오케스트라의 합주 장면을 그려봅니다.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인데 때로는 혼신을 다하는 지휘자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음악을 제대로 듣는 것이 아닙니까? 연주회장을 그려볼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야 합니까? 눈 오는 거리를 걸어가거나 광활한 산야를 누비고 다니거나 어느 정원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고 끝없는 얘기를 나누거나, 그렇게 하는 것입니까? "솔로이스트"라는 소설에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듣는 장면이 나와 있었습니다. 칼럼을 주.. 2021. 2. 12.
연주회 풍경과 교실 풍경 1990년대에 오스트레일리아에 갔을 때였습니다. ‘한국바로알리기’라는 거창한 이름의 사업 때문에 출장을 갔는데, 몇몇 기관을 방문하자 일이 끝났고 다시 시드니로 들어가 관광을 하게 되었는데 그 코스의 하나로 오페라하우스에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우리 일행은 네 명이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파운데이션’이라는 기관에서 나온 분이 제공한 티켓의 좌석을 찾아갔더니 3층인가의 맨 뒤쪽이었고, 무대는 그야말로 가물가물해 보여서 처음부터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런 좌석에 앉아서도 객석의 매너를 지켜야 하는지 의문이었고, 하루 종일 일정이 빡빡하여 피곤하기도 해서 곧 졸음을 참지 못할 지경이 되었으므로 조용히 그 유명하다는 오페라하우스를 나와 텅 빈 거리를 혼자서 쏘다니다 호텔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신.. 2007.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