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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유치원3

유치원은 몹쓸 곳인가? "살인자의 화장법"으로 등장해서 문명을 날리는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는 2004년엔가 유소녀기의 화려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베고픔의 자서전"에서 유치원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2006, 37~38). 그녀는 일본에서 유치원(요치엔)을 다녔다. 그 일본을 엄청 따스하고 아름다운 나라로 묘사하면서도 유치원에 대해서만은 앙갚음을 하듯 두들겨주었다. 겉보기에는 다 앙증맞아 보이는데, 속은 비열했다. 나는 첫날부터 요치엔을 향해 끝도 없이 혐오감을 느꼈다. 민들레반은 육군 훈련소였다. 전쟁을 하라면, 좋다. 하지만 호각 소리에 맞춰 무릎을 뻣뻣이 펴고 걸으면서 여선생으로 변장한 하사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복종하는 것, 이건 내 존엄성에 상처를 내는 일이었고, 다른 아이들의 존엄성에.. 2020. 11. 13.
원장님의 슬픔(2018.11.15) 원장님의 슬픔 어디서든 꼴사나운 짓을 하는 남성이 보이면 그 순간 전 제가 '수컷'인 게 남사스러웠습니다. 원장님은 어떻습니까? 제가 지금 떠올리는 원장님이 제 기대대로 여성이라면, 그런 꼴을 보이는 눈앞의 여성이 어떻게 보였습니까? 아무래도 제가 주제넘은 것일까요? 자식에게 .. 2018. 11. 15.
엉망진창 학예회 우리 학교 병설유치원에서는 어제 오후 미래관에서『제2회 양지꿈나무들의 작은축제』를 열었습니다. 프로그램만 봤을 때는 대단할 것 같았습니다.「신명나는 사물놀이」「야, 우리 엄마다!」「노래극」「새론네와 여럿이」「고양이들의 음악여행」「회장네와 총무네」「핸드벨」「검정고무신」「손짓사랑」「탈춤놀이」「동시감상」「가족이 함께해요」「천사들의 합창」「리듬합주」. 그러나 실제로 가보았더니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연습인지 공연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첫 프로그램「신명나는 사물놀이」는 한참동안 쿵쾅거리기만 해서 아직 연습인가 했는데, 그 쿵쾅거림에도 순서와 계획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제 끝나는가 생각하면 또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자꾸자꾸 이어졌습니다. 그 무대 위에도 지루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2008.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