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원옥진2

원옥진 「마음 가다듬기 연습」 원옥진 선생님은 교사 시절에 『아이사랑 http://www.talkwithkids.net/』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사이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마음 가다듬기 연습」이라는 시가 실려 있었는데 당시 나는 그 시를 그냥 글이라고 했습니다(이 블로그의 2010.5.13일자). 그런데도 원옥진 선생님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내가 '아름다운 여성 교사는 아이들을 이런 마음으로 대하는구나' 생각하고 있고, 그 글에 나의 그 마음이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 것이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가 뭔지, 뭐가 시인지도 모르네?' 부끄러워하며 여기 그 시를 다시 옮깁니다. 마음 가다듬기 연습 따뜻한 커피 마시기 너 참 괜찮은 녀석이야.. 2022. 9. 22.
「그림자 놀이」 그림자 놀이 원옥진 당신의 팔베개가 심심해지면 내 그림자를 잘라 당신 팔에 붙이며 놀았다 당신 팔은 길어져서 내 허리를 두 번 감고도 남았다 앞마당에는 가을 햇살이 짙어져서 나는 당신의 길어진 팔을 잡고 뜀을 뛰었다 뛰어오르면 그림자가 몸을 벗어났고 내려올 때면 플레어스커트가 낙하산처럼 펼쳐졌다 나는 허공에 머무는 것이 재미있어서 자꾸자꾸 뜀을 뛰자 하였는데 얼굴도 없고 무엇을 입었는지도 알 수 없고 이름표도 없는 그래서 마침내 당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 저녁이 왔다 백열등을 켜고 저녁상을 차렸다 등은 쉽게 식었고 밤은 어제처럼 서늘하고 심심했다 허리를 감았던 당신의 헐렁한 긴 팔 손잡았던 그림자만 남았다 채송화 같은? 달리아 같은? 초가을 장독대를 찾아온 고추잠자리 서너 마리, 아래에 피어 있.. 2018.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