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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아르보 패르트 센터2

음악이라는 세상 중구난방으로 있던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숙연해지고 내면으로 들어갔다 나오고... 하는 장면입니다. 그 순간, 그 시간에 대해 '인간은 거기까지였다, 끝이 났다'고도 했습니다. 소설 《거짓의 날들》(나딘 고디머, 271~272)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그는 레코더판을 올려놓은 뒤, 자신이 직접 녹음하기라도 한 것처럼 오보에 소리가 커졌다가 잠잠해지는 동안 긴장하고 서 있었다. 음악 소리가 방에 내려앉았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 위로 용암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앉거나 서거나 기대고 있는 사람들 위에 내려앉으며 또 다른 폼페이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십여 분 정도 점점 더 깊숙이 자기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모든 움직임과 말이 생명을 잃고 차가워졌다.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푸른 눈.. 2022. 2. 19.
황유원 「아르보 패르트 센터」 아르보 패르트 센터 황유원 저희 센터는 탈린에서 35킬로미터 떨어진 라울라스마, 바다와 소나무 숲 사이의 아름다운 천연 반도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희 센터를 방문하실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나, 버스나 자전거 혹은 두 발을 이용해 방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희 센터 주차장에는 자전거 보관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탈린에서 센터까지 두 발로 걸어오는 방법입니다. 35킬로미터가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라는 건 물론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멀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당신은 음악이 가까이 손 닿을 데에 있어서 그것을 찾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종소리는 또 어떻습니까. 종소리는 늘 사라짐의 장르여서 사랑받습니다. 사라지려면 우선 멀어야 하.. 2021.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