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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시월2

심창만 「무인 등대에서 휘파람」 또 구월이 가고 시월이 와서 이러다가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무너지는 둑을 바라보듯 곧 끝장이 나는 것 아닌가 싶어 그 심란함을 써놓았더니 설목(雪木, 박두순)이 와서 보고 자기는 좋다고 시월도 좋아서 야외에 나가면 휘파람을 불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문득 심창만 시인이 생각났습니다. 「무인 등대에서 휘파람」 곧 시집을 찾아보았더니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시인이 아예 내 이야기를 써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시인은 허구한 날 이 세상 누군가를 위해 온 생애를 바치며 시를 써주는 사람이니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데 애쓰긴 어려울 것입니다. 연설문 대필을 직업으로 삼거나 남의 일생 이야기에 분칠을 해서 우아하게 보이도록 하는 자서전을 대필하는 것도 아니고 읽는 순간 입을 닫고 생각하게 하는 이야.. 2022. 10. 5.
구월과 시월의 사이·차이 낮에 돌아와 점심을 먹으며 아내가 거실 달력을 넘겨놓은 걸 봤다. 내가 9월 30일에 떠나서 오늘 돌아왔으니까 그 생각을 못했던 거지. 달력 넘기고 메모해 놓는 건 으레 내가 해온 일이었는데... 아, 이제 보니 내 방 탁상달력은 아직 구월이네? 지난 금요일엔 구월이었지. 그새 달라지다니... 구월 달력을 그대로 둘 순 없겠지? 구월엔 아쉽지만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있었는데... 그대로 두어도 좋다면 나는 늦여름에 사는 것이고 구월 속에 살아가는 것인데... 일기예보를 들어보면 곧잘 늦더위로 기온이 29℃까지 오르는 곳도 있다고 했는데... 그런 현상을 기대하긴 다 틀린 일이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지?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 아무도 그 얘기를 꺼내지도 않겠지? 비까지 내리네. 추적추적... 기온이 .. 2022.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