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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스승5

알베르 카뮈 · 장 그르니에 《카뮈 ­­­- 그르니에 서한집》 알베르 카뮈·장 그르니에 《카뮈 ­­­- 그르니에 서한집》김화영 옮김, 책세상 2012­      2012년에 구입해 놓았던 책이다. 보관할 책과 버릴 책으로 구분해서 과감하게 버리기로 하니까 더러 섭섭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한데, 버리는 데 재미가 붙으니까 덜 읽었어도 '버릴까?' 싶을 때가 있다. 카뮈와 그르니에가 주고받은 235편의 이 서한집도 이미 '절판'이어서 덩달아 시시한 느낌을 받았을까, 여남은 편 읽고 '그만 읽고 버릴까?' 했는데 큰일 날 뻔했다. 읽어나갈수록 재미가 있어서 거의 단숨에 읽었다. 그르니에와 카뮈는 '돈독한' 관계였다. '돈독한'보다는 '애절한'이 낫겠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서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받고 교통사고로 죽을 때까지 그 관계를 이어갔다. 그들의 관계는 점점 더 깊어.. 2024. 11. 20.
마쓰이에 마사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김춘미 옮김, 김영사(비채) 2016 무라이 슌스케 씨께 귀 건축설계사무소 직원들 모두 귀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으니까 그렇게 부를까요? 그게 자연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이유도 사실은 그 호칭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의 사용에 대해 뭐랄까 더 인색하다고 할까, 더 엄격하다고 할까, 어쨌든 아무에게나 그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니까 나도 그 사무소 직원들처럼 "선생님" 하고 부르기가 좀 어색하기도 합니다. 무라이 슌스케 씨! 나는 초등학교 교사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한시도 교육을 잊고 지낸 시간은 없었고 직접 아이들을 가르친 시간도 이십여 년이어서 사실은 수.. 2022. 1. 25.
대화 그 아이는 가정 돌봄이 불가능한, 포기한 상태입니다. 열한 살.. 코로나 시국이 학교를 오다가 안 오다가의 반복된 상황으로 등교가 귀찮은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결석이 잦고, 연락하고 또 연락해도 깨워줄 사람의 부재로 늘 교무실팀이 데리러 가야 합니다. 친구랑 엮어주기도 했고, 일주일 등교 잘하면 떡볶이도 사주기도 했고.. 효과는 순간에 불가했습니다만 그렇게 한 학기를 보냈고 올 9월 신규 샘이 발령받아 담임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신규 샘 왈 "아침에 제가 연락하여 등교시켜볼게요" 그렇게 매일 그 아이 집 앞에서 기다려 아이와 함께 등교하기를 반복, 잠시 잊었습니다. 안정되었나 보다.. 다시 결석과 출석이 반복되고 그 사이 사건도 생겼지만 하루하루 넘기던 12월 어느 날 더 이상 방법이 없어 교.. 2021. 12. 13.
정민 《스승의 옥편》 정민 《스승의 옥편》 마음산책 2007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후 댁에 갔을 때, 하도 많이 찾아서 반 이상 말려들어간 민중서관판 한한대자전을 보았다. 12책으로 된 한화대사전도 손때가 절어 너덜너덜했다. 선생님도 찾고 또 찾으셨구나. 둥근 돋보기로도 한 눈을 찡그려가면서 그 깨알 같은 글씨를 찾고 또 찾으시던 모습이 떠올라 참 많이 울었다. 사모님의 분부로 선생님의 손때 묻은 그 책들을 집으로 가져왔다. 헐어 바스라지고 끝이 말려들어간 사전을 한 장 한 장 다리미로 다려서 폈다. 접착제로 붙이고 수선해서 책상맡에 곱게 모셔두었다. 지금도 사전에 코를 박으면 선생님의 체취가 또렷이 느껴진다. 내 조그만 성취에도 당신 일처럼 기뻐하시던 어지신 모습도 생전처럼 떠오른다.(15~16) '漢文學者가 쓴 책'이면 해.. 2018. 6. 18.
스승의 날 1 (훈화) 스승의 날입니다. 무슨 위원회인가 하는 곳에서 우리 교사들의 자동차 트렁크 좀 보자고 오는 거나 아닌가 싶기도 했고, 다른 어떤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나, 교장으로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날입니다. 며칠 전, 호기롭게, 이 골짜기의 학교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나도 그냥 있지 않겠다고 했지만 막상 그렇게 되면 참 곤혹스러울 것입니다. 다행히 아침나절에 어느 교사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은 것 말고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좀 쑥스러워하며 소개합니다). 교장선생님. 오늘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을 듣고 저의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떠올렸습니다. 성남의 모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을 하신 선생님이 구리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실 때 전 그 옆에 있는 부양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신출내기 교사였습니다. 이웃학.. 2009.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