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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손녀2

감기 걸려 목이 아픈 날 "감기 걸렸다며?" "응." "먼지가 많아서 조심해야 해." "응?" "조심해야 한다고―." "응." "밥도 많이 먹고―." "응." "밖에는 먼지가 많으니까……" "응?" "바람 속에 먼지가 많은 날이니까 답답해도 집에 있어야 한대." "응." "병원 가야지?" "응." "의사 선생님이 약 먹으라고 하거든 잘 먹어야 해?" "응." "많이 보고 싶어. 응?" "응." "그럼, 끊을게―." "응." 전철역에서 환승을 하러 걸어가며 전화를 했습니다. "응?" "응" 하는 것만 듣고 끝났지만, 이 삶에도 경이로움이 있다는 사실이 또한 경이로웠습니다. 2015. 2. 26.
시원이 이 아이는 시원이입니다. 며칠간 고심해서 고른 글자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곳이 어디든, 자신이 있는 그곳, 그곳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가르쳐주거나 치료해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뜻을 지닌 이름입니다. 세상이 점점 삭막해져서, 내가 죽고난 다음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사람이 살겠나 싶고, 요즘의 생명공학, 생명과학처럼 확실한 방법으로써 사람을 가르치는(그러니까 좀 아는 것 설명해주는 그런 짓 말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따위 일이 아니고), 혹은 마음에 병이 든 현대인들을 치료해주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할 것 같아서, 이 아이를 두고 그런 기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가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교육이나 의학이면 몰라도,.. 2012.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