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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소설 읽기2

서머싯 몸이 이야기한 기이하고 환상적인 그림 「무엇을 그린 그림입니까?」 내가 물었다. 「글쎄요. 아무튼 기이하고 환상적이었어요. 이 세상이 처음 생겼을 때의 상상도랄까. 아담과 이브가 있는 에덴 동산 같은 거였어요. 뭐랄까, 인간의 형상, 그러니까 남녀 형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이기도 하고, 숭엄하고 초연하고 아름답고 잔인한 자연에 대한 예찬이기도 했어요. 그걸 보면 공간의 무한성과 시간의 영원성이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사람이 그린 나무들은 매일 주변에서 보는 야자수며 반얀이며 홍염화며 아보카도 나무열매 같은 것들이었는데, 그 때문에 그 그림을 보고 난 뒤로는 나무들이 영 달리 보이더군요. 마치 거기에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영원히 잡히지 않는, 무슨 영혼이나 신비가 숨어 있는 것처럼요. 색채깔들은 눈에 익은 색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달.. 2020. 12. 10.
책 읽기 1 나는 책을 즐겨 읽었습니다. 열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내내 책에 꽂혀 지냈고 이젠 책이나 읽으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책은 어느 분야를 정하고 집중적으로 읽어도 좋겠지만(그게 거의 당연하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이것저것 읽을 만하다 싶은 걸 종횡무진으로 읽어치워도(치우다니?) 세상의 책은 무궁무진하니까 얼마든지 좋은 일이지 싶었습니다. 읽지 않는 사람이 보면 미쳤다고 해도 나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부모는 두 분 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세상을 떠났고, 피붙이 중에는 그런 나를 가리켜 "책만 읽으면 뭐가 나온다더냐?" 하고 비난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그 열정과 노력으로 다른 일을 했더라면...... 그 어떤 일을 했더라도 뭔가 얼마쯤의 성과가 있었을 것입니다. 세상에 성과 없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2020.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