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생각하는 자작나무3

내게 인디언 이름을 붙여준 그 아이 책을 참 많이 읽는 여자애였습니다. 그 학교 도서실의 책은 거의 다 읽어버리고 교장실로 나를 찾아와서 새책 좀 많이 사면 좋겠다고 한 아이입니다. 어떤 종류가 좋겠는지 물었더니 문학은 기본으로 치고 역사, 과학 같은 것도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조용하고, 오랫동안 “언제까지라도 멍하니 있고 싶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라는 부제가 붙은 블로그를 갖고 있습니다. 그 아이가, 2007년 어느 봄날, 내게 ‘거친 바다를 지키는 등대’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었습니다. ♬ "교장선생님 같은 분 없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우리 교육을 걱정하던 선생님도 생각나고, 자주 안부 전하겠다고 굳게 약속하던 선생님들도 생각나지만, 그들의 그 언약은 부질없다는 것을, 사실은 약속을 받아주던 그 순간에도.. 2012. 1. 12.
그리운 아이,「생각하는 자작나무」 「생각하는 자작나무」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아이가 지어준 인디언식 이름 '바다를 비추는 등대'의 시효가 끝났다고 했는데도 저렇게 "바다를 비추는 등대, 김만곤 교장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그 아이의 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입니다. "역사는 굉장히 흥미롭고, 역사 속의 어떤 사람이든 저는 그 사람을 나쁘게 보지 않으려 해요. 역사 속의 기록은 언제나, 절대적으로 선이 승리하니까요. 그건 선이 승리한다기 보단, 승리한 것이 선이 되는 거겠죠. 그 사실은 꽤나 슬픈 일인 동시에 꽤나 멋지기도 해요. 어떤 일이 일어났던지 바꿀 수 있는 것이 기록인 거고, 제가 승리하게 된다면 저는 지금을 지울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가령 제가 독도문제를 이야.. 2010. 5. 10.
박인환 「목마와 숙녀」Ⅱ 「자작나무숲의 작은 세계에서」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고1 여학생입니다. 2006년 가을엔가 '바다를 비추는 등대'라는 제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인디언식이네?" 했더니 자신의 이름은 '생각하는 자작나무'라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그 아이의 블로그를 찾아가 봤더니 469편의 글이 실려 있고, 이 아이의 호흡을 따라잡기가 이처럼 어렵구나 싶었습니다. 나오는 길에 몇 자 적어 놓았는데 며칠이 지나도 반응이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초등학교, 더구나 당시의 교장 따위를 상대하고 싶겠습니까. 다 쓸데없는 일이지요. 책을 어마어마하게 읽고, 시험성적도 월등하고, 조용하고 …… 비범합니다. 그 블로그 메인 화면을 캡쳐해 왔습니다. 상대해 주지도 않는 '상대'지만... 블로그 「자작나무숲의 작은.. 2010.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