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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삶의 의미8

"마음이 아파서 우야노~ 힐링하러 오이소~" 마트 네거리에 걸린 점집 안내 현수막 글귀가 마음을 끌었다. "마음이 아파서 우야노~ 힐링하러 오이소~" 대단한 걸 알려주거나 팔자를 고쳐주겠다고 하지 않았네? 저 사람들은 길흉화복을 마음대로 하는 사람들 아닌가? 겨우 힐링이나 해주겠다고? 생각하다가, 힐링이라도 확실하다면 큰 것이긴 하네, 하고 고쳐 생각했다. 요즘은 마음이 아프고 나을 기미는 전혀 없다. 마음이 아프다기보다는 우울하다. 코로나 블루 때문인가? 그렇긴 하지만 그것만도 아니다. 점집에 간다고 힐링이 될 것 같지도 않다. 점집에서 코로나의 특성을 알 것 같지도 않고, 당신도 곧 나이가 줄어들어 청장년 대열에 합류하게 됩니다, 해주지도 못할 것이어서 점집 연락처도 적어 오지 않았다. 나의 우울에는 몇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보편적.. 2022. 1. 31.
장영희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문학 에세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 샘터 2005 장영희 교수는 유방암의 전이가 척추암이 되어 세상을 떠나기까지 동경의 대상이 되어 주었습니다. 젊었던 날들, 장왕록이라는 번역자의 이름을 자주 보았는데 장 교수가 그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부터였습니다. 신문의 칼럼에서 그 이름이 보이면 열심히 읽었습니다. 장영희 교수의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은 왜 그랬는지 읽다가 말았고, 독자들이 '아,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고 싶다' 하고 도서관이나 책방을 찾도록 해 달라는 신문사의 주문으로 쓴 칼럼을 엮었다는 이 책은 아예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자벨, 삶이 더 좋은 거야. 왜냐하면 삶에는 사랑이 있기 때문에. 죽음은 좋은 거지만 사랑이 없어. 고통은 결국 사라져. 그러나 사랑은.. 2021. 12. 6.
나는 허당이겠지요?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왜 사는가?' 생각합니다. 현직에 있을 땐 건방진 생각일지언정 신념, 자부심, 의무감, 책무성... 같은 단어를 곧잘 동원할 수 있을 만큼 힘차게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여기에 이른 것인데 이제 내가 지금 왜 사는가 싶을 지경이 된 것입니다. 아무도 내게 일에 대해 묻지 않습니다. 내 지식은 쓰레기가 된 것입니다. 그 '일' 말고는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릅니다. 가만있어 보세요... 운전을 해서 시장을 봐 올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매번 아내의 잔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요. 잔소리를 하는 쪽도 그렇고 듣는 쪽도 그렇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으면 당장 그 방법을 따를 것입니다. 그 외에는? 쑥스럽긴 하지만 청소가 있습니다. 내가 청소를 할 줄 안다고 하면 아.. 2021. 5. 8.
휴버트 드레이퍼스·숀 켈리 《모든 것은 빛난다》 휴버트 드레이퍼스·숀 켈리1 《모든 것은 빛난다》 ALL THINGS SHINING: Reading the Western Classics to Find Meaning in a Secular Age 김동규 옮김, 사월의책 20 1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보았을 뿐 2007년 1월 2일은 따뜻했다. 그 주에 나온 신문들은 뉴욕 브루클린 식물원의 싱그러운 벚나무들에 꽃이 만발했다고 보도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여든 시민들로 봄의 희망찬 분위기가 살아났다. 그러나 점심시간 직후 맨해튼 브로드웨이 137번가 지하철 승강장에는 눈 깜박할 사이에 봄기운이 사라졌다. 스무 살의 영화학도 캐머런 홀로피터가 땅바닥에 고꾸라져 경련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당시 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 남자와 두 여자가 그를 도우러 달.. 2019. 5. 1.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Man's Search for Meaning 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 2005 1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니체) 인간이란, 삶이란, 그 어떤 극한의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끝까지, 숨을 거두는 바로 그 순간까지 살아봐야 할 의미가 있다는 것을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의 체험과 그 고통, 시련을 바탕으로 한 실증적 분석으로 이야기해줍니다. '삶이란 무의미하다'는 실의에 빠진 사람을 위한 의미치료법(로고테라피 Logotherapy)을 체험수기, 치료 방법, 학회 발표문으로 구성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빅터 프랭클의 말로써 요약하면 "산다는 것은 곧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시련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한.. 2018. 8. 4.
미련 미 련 이렇게 앉아 있다가 문득, 정리된 게 아무것도 없고 정작 무얼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조차 없는 삶이었지만, 지금 떠나야 한다면 기꺼이 그 사자(使者)를 따라나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생각나는 건, 내 것으로 되어 있는 물건들은 얼마 되지 않으니까 누군가.. 2017. 12. 13.
이생진 「칼로의 슬픔」 칼로의 슬픔 칼로*의 그림 앞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칼로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서다 허나 그녀는 칼날 같은 눈으로 나를 흘겨보더니 네가 뭔데? 간섭하지 마 그래서 나는 슬그머니 손수건을 집어넣었다 고흐의 '슬픔'만 슬픔인줄 알았는데 칼로의 슬픔은 그보다 더하다 화살이 박힌 상처에서 피가 흘러도 칼로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고흐는 면도로 귀를 잘랐고 칼로는 수술대에서 다리를 잘랐다 고흐는 권총으로 가슴을 쐈고 칼로는 눈으로 자기를 쏘는 자의 가슴을 쐈다 결국 그들의 눈에 담고 간 것은 그들이 그리다 간 세상이다 고독의 아픔 그들의 고독에서 피가 난다 * 프리다 칼로 (Frida Kahlo 1907-1954) 멕시코의 화가 (2015.7.22) 여름이 시작될 무렵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들을 보았습니다. 블.. 2015. 9. 3.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0번 d단조 KV 466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0번 d단조 KV 466 - 슬픔과 눈물과 … 행복과 - 늦가을이면 더 좋을까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0번.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게는 그렇습니다. 할일이 아직 남은 것 같은데 달력을 보면 이제 거의 끝났습니다. 지나간 일들은, 늘 치열했는데, 지금 기억으로는 다 그렇고 그런 일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특히 어쩌다 만난 사람들은 "그땐 참 대단했다"고 해서 '그래, 그걸 기억해야 한다'고 정신을 가다듬지만 그때뿐입니다. 베이징을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G 교수가 한 말이 사실이고 진실일 것입니다. "제가 언제 또 교장선생님 모시고 다니게 되겠어요?" 세상은 본래 '단조'여서 단조스럽게 말하는 사람 같으면 '비극적'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데 느낌에 따라 '장조'.. 2009.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