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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삶의 길4

꼭 가보고 싶은 '행복 베이커리' 기회가 되면 가보려고요.^^ 어렵겠지만 알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학교 가는 아이들이 굶지 말고 공부하라고 매일 아침 갓 구워 낸 맛있는 빵과 요구르트를 마음대로 가져가게 한다네요. 아침 일찍 일어나 두 시간 동안 일해서 그렇게 무료로 나눠준다고요. "유퀴즈온더블럭"에 나와서 빵집도 전세로 빌렸고, 재산은 십몇 년 된 자동차 한 대밖에 없고, 방송에 출연한다고 정장 한 벌을 마련했는데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아서 '빵쟁이 옷'을 그대로 입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가슴과 어깨에 태극기를 수놓은 그 검은색 '빵쟁이 옷'이 멋있게 보였습니다. 어디서 상을 준다는 걸 극구 사양하다가 부상으로 상금이 있다고 해서 빚 갚으려고 그 상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으며 곤충학자 파브르가 생각났습니다. 그가 교사 시절에 그의 수업을.. 2022. 10. 24.
사랑에 빠졌다는 것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거리의 악사 데이비드에게 그런 사람을 위한 일을 하는 레긴스 박사가 묻습니다. "항상 그렇게 돌아다닐 이유가 있나요?" 레긴스 박사가 물었다. 아니라고 데이비드는 대답했다. 그가 샌프란시스코를 떠난 이유는 그의 여자 친구가 헤로인 중독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랑 너무 오래 같이 있었어요." "그녀를 사랑했나요?" 박사가 물었다. "사람들은 그런 걸 사랑이라고 하더군요." 데이비드가 말했다. "내가 어리석었어요." "어쩌면 어리석은 것과 사랑에 빠진 건 같은 건지도 몰라요." 박사가 말했다. "동감이에요, 박사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솔로이스트』(스티브 로페즈, 랜덤하우스 2009)의 한 장면입니다. 사랑에 빠지는 건 어리석은 것과 같다? 사랑에 빠지는 건 어리석기 때문이다?.. 2021. 7. 1.
의문(疑問) 그는, 사막에서 눈을 하늘에 둔 채 꼼짝 않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몇 년 간을 똑바로 그대로 앉아 있었다. 신(神)들은 그의 지혜와 돌 같은 숙명을 질투했다. 내밀어진 그의 두 손에다 제비들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 날, 먼 나라들의 부름에 답하여 제비들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욕망과 의지와 명예와 고뇌를 눌러 왔던 그는 울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바위 위에서 꽃이 피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 돌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돌을 받아들이기로 하자. 우리가 여러 얼굴들에게서 구하는 그 비밀스러움과 그 광희는 또한 돌에 의해서도 주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영속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영속될 수 있을 것인가? 여러 얼굴들의 비밀스러움은 시들어 사라지고, 우리.. 2016. 5. 14.
새로운 여행 새로운 여행 사무실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입니다. 지난 초여름부터 새로 나가고 있는 사무실입니다. 환승역까지는 급행열차로 사십 분 정도 걸립니다. 오가며 생각합니다. '얼마나 좋은 여행인가!' 열차가 지상을 달리니까 그것도 좋고, 차창 너머 풍경도 좋은 편입니다. 환승역에서 .. 2015.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