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3 누리장나무에게 누리장나무를 처음 발견한 건 내가 참 쓸쓸한 때였다. '뭐지?' 모습은 그럴듯하지만 냄새가 실망스러워서 전체적 인상은 '꺼림칙한 나무'였다. '내가 여기서 나쁜 냄새를 맡아 더 쇠약해지면 또 드러눕는 수밖에 없겠지?' 악취가 내 심장을 짓눌러 쪼그라들게 할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 나무가 가까워지면 숨을 충분히 들이마신 다음 마치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할 때처럼 숨을 참으며 빠른 걸음으로 저만치 가서 더 이상 숨을 참다가는 무슨 수가 날 것처럼 고통스러울 때에 이르러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 쉬면서 그 고통으로 헐떡이곤 했다. 이렇게 해서 이 길이 어떻게 좋은 산책로가 되겠는가. 그 나무는 또 한 군데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동안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인터넷 검색창을 떠올리고는 그날 저녁 내내 찾아다니다.. 2021. 8. 12. 저 강아지의 영혼, 나의 영혼 저 강아지가 이쪽으로 건너오고 싶어 합니다. 주인은 저쪽 길을 그냥 걸어내려가고 싶었습니다. 주인이 가자고, 그냥 가자고 줄을 당기면 강아지는 이쪽을 바라보다가 주인을 바라보다가 번갈아 그렇게 하면서 버텼습니다. 강아지는 말없이 주장했고 주인은 "가자" "가자" 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다투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습니다. 누가 이기는지 보자 싶었습니다. 몇 번을 그렇게 하더니 주인이 강아지의 요청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쪽으로 건너온 것입니다. 자초지종 다 살펴보고 이쯤 와서 생각하니까 '이런!' 어떤 여자였는지 살펴보질 못했습니다. 아니, 이건 말이 되질 않고 아마도 예쁜 여자 같았습니다. 아무런 주장도 하지 않는 강아지보다는 자기주장.. 2021. 6. 5. "안녕!" "응, 오케이~" 저 녀석은 올봄에 1학년이 되었습니다. 저 아래 동네에서 혼자 등교합니다. "안녕!" "안녕!" 사뭇 간단한 인사를 나누다가 한 마디 보태보았습니다. "잘 다녀와!" 뭐라고 웅얼거리는데 그 대답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에는 인사를 바꿔보았습니다. "조심히 다녀와!" "응! 오케이~" '응'이라고? 그 참... 이상하다... 내 인상이 고약할 텐데 감히 '응'이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안녕!" "응, 안녕!" "조심해!" "오케이~" 저 아이와 나 사이에는 구체적인 계약 같은 것이 없어서 서로 간에 의무나 권한 따위도 없습니다. 관계래야 혹 만나게 될 때 내가 녀석을 괴롭히지만 않으면 되는 것인데 인사하는 게 괴롭히는 일일 수도 있을지 몇 번 생각해봤고 저만큼 걸어가며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몇 .. 2021. 5. 19. 이전 1 다음